말콤 턴불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11월 8일은 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아브라함 링컨이 대통령으로 당선된1861년 이래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측되는 2016년 미국대통령 선거. 최초의 여성 미국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전 세계 선출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자리에 무지, 막말, 여성 편력 등 도덕적 결함 투성이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앉힐 것인가? 세계가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없는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미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힐러히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은 80% 이상이라고 현재 예측되고 있지만 끝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 선거다. 더구나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것도 놀라웠고, 대통령 후보로서 그토록 높은 인기를 얻어 ‘트럼프 돌풍’을 몰고오는 현상이 나타난 것을 두고 볼 때 트럼프 대통령 탄생이 불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은행, 대기업 및 기관들은 신임 미국 대통령이 호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이있는 시나리오를 준비해오고 있는 반면, 놀랍게도 호주의 가장 중요한 정부 기관들, 즉 중앙 경제 정책 연구소(The Commonwealth Treasury)나 중앙은행(RBA) 등은 심도있는 분석을 하지도 않고 피상적인 연구에 머무르고 있다. 이것은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안일함’에서 비롯된다.

지난 주 필립 로우(Philip Lowe) 중앙은행 총재는”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브랙시트가 수월한 이행 과정을 겪는 것과는 다르게, 트럼프 시대는 국제 시장 및 세계 정치에 충격을 가져올 것” 이라고 전망하고 “그런데도 호주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라고 인정했다.

시드니 모닝헤럴드지의 국제 및 정치부장을 역임한 피터 하쳐 (Peter Hartcher)  중견 기자는 ‘미국 선거가 호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기사에서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및 노선과 그 맥을 거의 같이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흑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의 기득층에 대한 불만 고조, 테러리즘의 확산, 트럼프가 촉발시킨 ‘미국 우선주의 ‘등으로 클린턴 시대는 이전과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 대통령 후보 두명의 정책 중 세 분야를 통해서 호주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

호주, 미국과 중국 선택 고민 커질 듯
《국방》 
 클린턴과 트럼프 둘 다 ISIS(이슬람국가 무장 테러 세력)로 인한 테러 증가로 자국의 안보에 보다 치중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 주둔 미군 철수’ 를 주장하고 나섰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 군사력 감소는 중국의 영향력 증대로 이어진다.  이 지역의 불안정은 결국 아시아에서의 호주 입지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호주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지만, 또 다른 외교관계에 있는 미국은 중동문제와 아시아에서 중요한 군사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호주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 것인가?

‘이민반대 정서’ 확산 예고
《이민정책》 
인종 차별주의자로 불리며 백인 중산층 남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트럼프는 보수적(극우성향)인 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난민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지만 재정적인 것과 문화적 민감성이 연관되어 있는 난이한 사안이라 현명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민에 관한 한 호주 정치인들은 ‘독 휘슬’(dog whistle, 어떤 사안에 대해 반감을 갖도록하는 의도를 감춘 채 반감을 유도하는 전략을 의미하는 정치 용어) 전술을 사용하는데 트럼프의 보수적인 이민 정책은 호주로의 이민자 유입을 반대하는 부류의 지지를 받으며 호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 폴린 핸슨(원내이션) 지지자층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월가, 지출 감축 여파 크게 우려
《무역 & 경제》
미국은 중국에 이어 호주의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다.  FTA협정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져 미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는 더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연 수입 10만 불 이하 소득자에게 세금을 대폭 줄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문제는 줄어든 세수와 10년에 걸쳐 9조 5천억 달러까지 연방정부 수입감축 정책을 시행한다는데 이에서 비롯된 부족금을 채우기 위해 전례없는 소비(지출)감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월가가 잔뜩 긴장하는 이유이며 트럼프 경제 정책은 호주에 극심한 경제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기침으로 호주는 독감에 걸릴 수 있는 상관관계 때문이다.

“미국의 영광 회복!”
감상적 영웅주의로 미 백인 블루칼러층 지지 규합

트럼프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그렇지만 수 십년에 걸쳐 미국에서 일어난 변화에 피곤해진 백인 노동자 계층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미국의 영광을 회복하자 (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감상적, 영웅적 슬로건으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또한 지난 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내 이전투구 경선을 통해 오바마가 힐러리 클린턴을 눌렀지만, 오바마 정부에서 클린턴은 국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즉 힐러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더라도 트럼프 역시 정부에 기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클린턴은 원하지 않겠지만 트럼프 정책을 지지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기에 취임 후 트럼프의 선거 정책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 불황, 테러리즘, 기후변화, 난민 문제 등 그 어느 때보다 어렵고 예측하기 힘든 이 혼란의 시대에 새로 선출되는 미국 대통령은 호주에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에 모른척 할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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