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영자기자 싸이플 하삼이 위장 취업해 불법 실태를 폭로했다

[ABC-페어팩스 공동취재 & 말레이시아 하삼 기자 위장 취업 르뽀]

착취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 ‘호주 최하층 전락’

말레이시아 동부 소도시 젤리(Jeli) 출신 모하마드 로이(Mohammad Rowi. 37)의 호주 행은 다음과 같이 시작됐다. 

실직 후 가족 생계가 막막했던 로이는 어느 날 동네 상점에서 ‘호주농장. 1주 $740달러 및 숙소 보장. 비자 수속 및 비행기값 $540. 일년 내내 일 보장’ 광고를 보게 됐다. 광고를 통해 만난 사람은 로이에게 “일은 널려있고 (자신의 은행잔고를 보여주며) 목돈을 금새 모을 수 있다”며 적극 호주행을 추천했다. 망설임 없이 호주 행을 결정하고 작년 5월 멜번에 도착한 로이는 세븐힐 과일 농장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6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14시간 30분동안 일하고 하루 $80를 받았다. 호주 최저 임금의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노예 임금이었다. 거기다 렌트비로 일주일에 $100, 픽업비, 음식비를 제하고 나면 $200 정도가 남았다. 그러던 어느 날 차를 타고 농장으로 가던 중 지역경찰 심문에 걸려 불법 노동자라는 신분이 발각됐고 258일동안 강간, 살인범들과 함께 감옥에 있다가 지난 6월 말 말레이시아로 강제 송환됐다. 

뙤약볕 아래서, 밤에는 전등을 키고 하루도 쉬지않고 일한 로이에게는 이제 저임금과 혹사, 수감생활로 쇠약해진 몸과 빈손, 여전히 실직상태인 자신만 바라보는 어린 딸과 아내만 남았다.

농장, 건설현장, 청소, 관광업 등을 포함 호주 전역에 걸쳐 외국인 노동자 착취실태가 본격적인 모습을 띠고 수면 위로 떠 오르고있다. 
그 중 과일, 야채 농장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착취는 가장 광범위하고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최근 들어 정부의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한인 워킹홀리데이 비자소지자들도 임금착취의 피해자가 됐다. 

열악한 환경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와 내부 모습.

이러한 조사는 현재 공정근로 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의 근무 기록 조사팀(the Harvest Trail Inquiry), 연방정부 한시 기구인 이민 노동자 태스크 포스(Migrant Worker Taskforce) 그리고 호주 국경경비대 등 다양한 관련 기관들의 연합으로 이뤄지고 있다. 
공영 ABC TV 7.30프로그램과 페어팩스 미디어 그리고 싸이플 하삼(Saiful Hasam) 말레이시아 영자 신문사 기자와의 공동취재로 스완 힐 스톤(Swan Hill Stone) 소재 커트리 과일(Cutri Fruit) 농장이 외국 노동자 불법 착취로 적발됐. (본지 11월 15일자 참조). 하삼 기자는 노동자로 신분을 위장해 커트리 농장에 잠입해 들어가 취재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커트리 농장에 이어 원예 노동자 연합은 16일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야채 농장 A&G라마티나 앤드 선 (A&G Lamattina and Sons. 이하 라마티나)를 급습했다.

주요 국가 시간당 최저 임금 비교

공정근로 위원회((Fair Work Commission)로부터  기습 조사 권한을 부여받고 실시된 원예 노동조합의 이 날 현장 조사는 2010년 이래 처음 시행된 것이다.  노동조합은 라마티나 현장에서 노동 허가를 소지하지 않은 불법 외국 노동자를 포함한 고용인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라마티나 회사 측 변호사 닉 해링톤(Nick Harrington)은 성명서에서 “사전 경고없는 급습으로 회사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 회사는 호주 노동법을 준수해 왔으며 노사 감독기관인 공정근로 위원회와 함께 제기된 사안들에대해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 관계자 팀 케네디(Tim Kennedy)는 “현장에서 목격한 노동자 착취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제 농장 측은 물론이고 대형 슈퍼마켓들은 비 양심적인 인력 고용회사와 농장들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만 하지말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알란 펠스(Allan Fels) 이민 노동자 태스크포스 위원장은 “외국노동자 착취 문제는 범죄 집단까지도 관여하는 연결망을 통해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 건설 현장 그리고 호주 농장은 학생, 워홀러 그리고 노동허가가 없는 단기 여행자 등 외국 노동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있다. 
특히 대규모 농장에서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농장 측으로서는 그 광범위한 지역에서 나오는 생산물들을 제 때에 슈퍼마켓에 공급하기 위해서 필요 인력을 고용 알선업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 알선업체들은 농장에서 받은 노동자 월급에서 렌트비, 소개비,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부당하게 많은 돈을 뗀다. 거기다 작업 안전에 대한 훈련도 없이 도착하자 마자 연장하나 달랑 들고 시작하는 현장에서 심하게는 사망, 부상, 성폭력 사건들을 겪는다. 

저임금과 노동허가가 없는 노동인력이 많다는 사실을 고용주들은 이미 알고 있으며 사고를 당해도 노동자들은 호소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많은 농장에서 노동자 착취 원인 중의 하나는 대형 슈퍼마켓들이 납품업자들사이의 경쟁을 촉진하는 가운데 끈질긴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것에도 기인한다. 이러한 경쟁과 가격인하의 부담을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는 외국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것이다.
약6년여 동안 크고 작은 공사현장에서 타일러로 일하면서 2만불 정도의 체납 급여를 받지 못한데다가 폭력배로부터 위협까지 받은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인 레자 사마라드(Reza Saramad). 자정부터 그 다음 날 오후 12시까지 일하고 고정시급 $20을 받고 졸음을 이겨가며 트럭을 운전하는 이란인… 이런 저임금과 착취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현대판 노예 수준의 외국 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는 끝이 없다.

자격증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종, 영어 의사소통 부족, 불만 제기로 일자리를 놓친다는 불안감, 불법노동자의 추방에 대한 두려움 등 수 많은 외국 노동자들이 호주 인력시장의 가장 밑바닥 계층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오늘도 소비자들은 콜스와 울워스에 진열된 과일과 채소 중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상품을 고른다. 집을 짓는 이들은 더 멋진 집을 저렴한 가격으로 짓기 위해 건축업자들과 협상을 벌인다.

먹음직 스러운 과일과 그럴 듯한 건축물 뒤에는 외국 노동자들의 한스러운 절망이 배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 기사를 보도하며 페어팩스미디어 취재팀은 “저임금 착취 경험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 제보자의 신분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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