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함께 지켜야 한다”

지난 8월 초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이 남반구에 최초로 세워졌다.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세번째로 소녀상이 호주(시드니)에 세워진 것이다. 
시드니한인회에서 제막식을 가진 후 애쉬필드유나이팅교회 마당으로 옮겨졌다. 당시 소녀상 건립에 적극 반대했던 재호주 일본커뮤니티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제거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이 소녀상이 지역사회에서 인종적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 “호주의 일본인들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불만을 최근 호주인권위원회에 접수시켰다. 
이 제소는 궁극적으로 시드니에서 소녀상을 영원히 공개하지 못하도록 제거하려는 움직임의 첫 단계일 것이다. 호주인권법 18C조항을 구실로 불만을 제기한 뒤 인권위에서 일본에게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낸 다음 그것을 무기로 소송을 제기해 애쉬필드교회에서 철거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호주 공영 ABC방송의 7:30 리포트가 14일 이 이슈를 보도했다. 

일본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끈덕지게 달라붙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호주인권위 진정 같은 해외 소녀상 철거 시도다. 호주ㆍ일본 커뮤니티 네트워크(AJCN)의 야마오카 테츠히데(Tetsuhide Yamaoka) 대표는 "소녀상은 호주에서 평화롭게 사는 주민들을 갈라놨다. 이는 여성의 인권문제라는 틀을 넘어 반일감정을 드러내는 것으로 호주법이 금지하는 '다른 민족에 대한 비방'에 해당했다"고 주장하며 호주인종차별법 18C조 위반이라고 제소를 했다. 
방송에서 에미코(Emiko)라는 이름의 일본계 여성은 한걸음 더 나아가 “성 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매춘부였기 때문에 큰돈을 벌지 않았느냐”라는 천인공로할 망언을 했다. 이는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단골로 들고 나오는 터무니없는 반박 논리다. 이같은 망발이 방영되자 한인 커뮤니티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민은 한호일보로 연락을 해 “참으로 분노가 끓어오르는 망발이다. 호주인권법을 빙자해 소녀상을 없애버리려는 저의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욕했다”고 성토했다.     


인종차별법 18C조 개정 논란은 호주에서 상당히 껄끄러운 이슈 중 하나다, 비영어권 이민자들은 개정(축소)에 반대 입장이다. 주류 사회에서는 찬반이 갈린다. 대체로 보수 계층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개정이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을 한다. 

일본은 호주와 미국을 포함한 해외 각지의 소녀상 건립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지난 9월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던 독일의 디터 잘로먼 프라이부르크 시장은 일본의 거센 압박에 2주 만에 건립을 철회했다. 그는 "주독일 일본대사와 총영사가 항의 방문을 했고 현지 일본인들도 전화와 메일 등으로 소녀상 반대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시장직을 수행한 모든 기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DC 내셔널 몰 워싱턴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환영식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89) 할머니의 음성이 울려 펴졌지만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 소녀상은 곧 창고로 옮겨져야 했다. 영구 설치 장소를 아직 못 찾았기 때문이다.

소녀상을 유치해 보관 중인 빌 크루즈 연합교단 목사(애쉬필드)는 제소를 당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크루즈 목사는 교회가 앞장서 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반박하며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호주 교계에서 빈민 사목 등 사회정의 활동에 앞장을 서 온 크루즈 목사는 “내가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에 하나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국민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전쟁으로 고통 받았던 모든 여성을 위한 기념물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소녀상은 전쟁의 아픔과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을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평화와 인권교육의 역사적 증거물로서, 교과서의 역할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한다. 이것이 해외 동포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어렵게 시드니에 건립한 소녀상이 있는 호주에서도 동포사회가 단합해 소녀상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