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필드유나이팅교회 마당에 있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크루즈 목사 “여성의 고통 상징” 일축

호주의 일본인 단체가 시드니 애쉬필드유나이팅교회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인종적 증오와 분열을 조장한다고 주장하며 호주인권위원회에 불만을 제기했다. 

‘호주-일본 커뮤니티 네트워크(Australia-Japan Community Network, 이하 AJCN)'라는 재호 일본인 단체는 “소녀상 건립이 인종차별금지법 18C 조항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야마오카 테츠히데(Tetsuhide Yamaoka) AJCN 대표는 “정치적 쇼가 아니다. 우리는 커뮤니티의 부모들이 제기한 우려에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은 동포 민간 단체인 시드니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시소추, 공동 대표 박은덕, 강병조, 신준식)의 주관으로 지난 8월 시드니한인회관 앞에서 제막식을 가진 뒤 소녀상 건립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장소를 제공한 빌 크루즈 목사(Rev. Bill Crews)가 담임 목사로 있는 애쉬필드교회로 옮겨졌다. 내년 중 교회의 리버풀 로드 마당 쪽으로 이전하면 시민들이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AJCN는 호주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애쉬필드 연합교회가 소녀상을 건립했기 때문에  인종차별금지법 18C 조항을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18C 조항에는 “인종, 피부색, 국적 또는 민족적 배경에 근거해 불쾌감(offend), 모욕감(insult), 굴욕감(humiliate)을 주거나 위협(intimidate)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단체는 진정서에서 “평화의 소녀상은 지역 사회에 해가 될 뿐만 아니라 범죄와 인종 차별을 초래할 것”이라며 교회 측을 비판했다. 야마오카 대표는 “우리는 소녀상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일어난 부정적인 사건을 많이 보았다”며 “시드니에 설치된 소녀상 또한 순수한 기념이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인 동기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공용 ABC방송은 14일(수) 7:30 리포트에서 이 이슈를 다뤘다. 에미코(Emiko)라는 이름의 일본계 여성은 “성 노예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매춘부였기 때문에 큰돈을 벌지 않았느냐”고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전개해 한인 커뮤니티에서 공분을 샀다. 이 방송을 시청한 한 교민 L씨는 한호일보로 연락을 해 “참으로 분노가 끓어오르는 망발이다. 호주인권법을 빙자해 소녀상을 없애버리려는 저의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모욕했다”고 성토했다.     

일본 커뮤니티의 불만 접수에도 불구하고 크루즈 목사는 “내가 한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 중 하나다. 평화의 소녀상 철거는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그는 “어이가 없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국민에 대한 반감이 아니라 전쟁으로 고통 받았던 모든 여성을 위한 기념물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7:30 리포트와 대담에서 박시현 시소추 위원은 “소녀상은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끌고 간 많은 소녀(희생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려는 우리들의 노력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박은덕 시소추 공동대표는 14일 한호일보와 통화에서 "일본측이 우선적으로 인권위원회의 지지를 끌어낸 뒤 소녀상 철거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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