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시간을 지나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한해의 앞에 섰다. 2016년은 말 그대로 혼란과 혼돈의 시간이었다. 한국에서 사상 최악인 대통령의 헌정 유린 사태, 미국 대선에서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등 외부적 요인이 분노와 탄식을 부채질했다. 

호주에서는 말콤 턴불 총리의 자유-국민 연립 정부가 총선에서 어렵사리 재집권에 성공했지만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다. 상원에서 법안 통과 불투명 등 정국 불안정과 경제에서 최고 신용등급 AAA를 상실할 위기 등 여러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2017년은 호주 경제가 ‘포스트 자원 붐’의 성장 동력을 찾으며 불황에 빠지지 않도록 경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해다. 새로운 미국 행정부의 출범으로 세계 질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기에 턴불 정부는 대미관계 증진과 외교력 강화에도 치중해야 한다.  

새해 한국에서는 특검 수사와 헌재 심판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어 새로운 질서 위에 희망이 세워지기를 고대한다. 한국 사회의 새로운 질서 확립은 한층 더 불가피하다. 탄핵심리가 끝나지 않아 아직 유동적이긴 해도 올 대선을 통해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다면 한국 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만약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재외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어떤 경우든 호주 한인들은 한국이 만들어 갈 새로운 질서의 방관자가 아니라 참여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7년 붉은 닭띠의 해인 정유년(丁酉年)은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상식이 통하는 진정한 선진사회’를 향하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질서, 상식의 회복’이 올 한해의 중요한 화두라고 본지는 판단한다. 새로운 질서는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준다. 미지의 세계 앞에서는 언제나 두려움과 설렘을 같이 느끼게 된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질서’에는 항상 고통이 수반됐다. 기득권이나 이익 집단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사례도 많았다. 한국도 그런 아픔을 빈번하게 경험했다. 지금의 혼란과 혼돈은 한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겪는 극심한 산통이라고, 수많은 한인들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속히 한국이 안정을 찾길 한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

8년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 고별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의 시간에, 우리의 손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했다”며 미국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제2의 고향인 시카고에서 임기 중 마지막 대중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여러 세대에 걸쳐 미국을 더 나은 나라, 더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우리는 진보를 향한 기나긴 계주를 뛰면서 우리의 일이 항상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열심히 일하고, 이웃에 관대한 마음을 갖고, 조국을 사랑하는 시민이 우리의 조국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그것이 시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생을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다”며 미국민에게 단합을 주문했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후 두 차례 모두 시카고에서 승리 연설을 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를 외치며 고별 연설을 마무리했다. 

2017년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예스 위 캔!”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우리는 8년 전 직면한 도전을 더 강하게 헤쳐나갔다. 우리가 이 나라를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여러분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 말처럼 대통령의 헌정 유린 사태에서 헤매고 있는 한국을 보면서 호주 한인들도 한국이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신념과 믿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무쪼록 호주 경제가 순풍 항해를 하고 한국은 새로운 질서 위에서 상식을 회복하는 2017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동시에 한반도에 긴장과 대립의 먹구름이 걷히고 평화적 분위기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1월초는 이런 희망과 개인적 다짐을 리셋(reset)하며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자 기회다. 

한호일보는 1월 8일로 창간 1주년을 맞으면서 오늘자를 1주년 기념호로 발행했다. 호주동아일보(1990~2015년) 기간을 포함하면 27년의 연륜이 쌓였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면서 독자, 광고주들에게도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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