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강화 조치로 ‘호주 난민의 미국 정착 협약’ 성사 여부가 위태로운 가운데 이란 난민 청년이 위조한 여권으로 마누스섬을 탈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18일 이란 청년 로그만 사와리(Loghman Sawari)가 아와지 아랍(Ahwazi Arab)이라는 이름으로 여권을 위조, 피지 행 비행기를 타고 3년간 머물렀던 마누스 섬을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사와리는 현재 현지 가족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피지에 망명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다. 

패어팩스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사와리는 “나는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고 마누스에도 머물 수 없다. 호주로도 가고 싶지않다. 단지 한 인간으로서 자유를 원한다. 공포없이 밤이나 낮이나 어느 때나 걸어다닐 수 있는 피지에 머물고 싶다”라며 “다시 돌아가면 나는 감옥에 수감될 것이다.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마누스 섬으로의 송환에 극도의 공포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8월, 17세 때 마누스 섬에 도착한 사와리는 일년 여 동안 수용소에서 고립상태로 지냈으며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 시도를 했다. 수용소 측은 자살 시도한 사와라를 병원으로 보내는 대신 오히려 감옥에 수감시키며 협박하는 등 수용소에서 사와리는 집단 따돌림과 여러가지 공격을 당하며 힘든 세월을 보냈다. 

수용소에서 사와리를 면담했던 자넷 갈브레이스(Janet Garlbraith) 사회 복지사는 관찰 기록에서 “마누스 섬에 오기 전부터 사와리는 이란에서의 고문과 혹독한 시련으로 다른 십대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좌절과 공포 가운데 살고있다.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라고 보고했다.

사와리의 탈출 소식을 접한 유앤 난민 기구(UNHCR ) 담당자는 “호주 난민자격으로 마누스 섬에 머물던 사와리가 이제 피지로 도망가 거기서 난민 신청을 했는데 여기에는 세 나라의 이민법이 관련되어 있다”라고 언급해 사와리 사안의 복잡성을 암시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반 난민'을 표방하는'무슬림 테러 위험국가'의 국민에게 비자 발급을 일시중단하고, 테러위험국가 출신 난민의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한다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비자발급 일시 중단 대상국가는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 나라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 난민 조치로 2016년 11월에 이뤄진 ‘호주 난민 미국 재정착 협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대해 말콤 턴불 총리는 “모든 정책에는 예외가 있고 사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호주와 미국과의 우호관계는 트럼프 시대에도 변함없을 것”이라며 무산 가능성을 일축하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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