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 총재

시드니와 멜번의 주택가격 거품 증가 우려가 경제 부양을 위한 호주중앙은행(RBA)의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필립 로우 RBA 총재가 22일 시인했다.

RBA의 딜레마에 대한 로우 총재의 냉엄한 현실 인정은 호주 동부의 치솟는 주택가격으로 인해 호주인들의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와중에 나왔다.

로우 총재는 이날 ‘호주 캐나다 경제 리더십 포럼’(Australia Canada Economic Leadership Forum)에서 저금리가 호주와 캐나다 양국의 대출자들에게 주택시장 투자를 매력적이게 만들었다면서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로우 총재는 “우리는 현재 다양한 목적들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예상보다 경제가 조금 더 빨리 성장하고, 실업률이 조금 더 빨리 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통화 정책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 한다면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을 빌리도록 장려해서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이런 두가지 방안은 실제로 국가에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우 총재는 현행 1.5% 기준금리로도 기업 투자와 강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가 개선되는 신호들이 있다. 최근 2개월 간 모든 부문의 기업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면서 “현재 통화 정책 환경이 강한 경제 성장을 창출하고 주택가격 추가 상승 압력을 회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가계 부채 급증이 지출 급감으로 악화될 수도” = 로우 총재는 또 호주 가계의 높은 부채 위험도 경고했다. 그는 “소득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일부 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부채가 많아 대출 상환 능력에 압박이 되고 있다”면서 “만약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많은 소비자들이 대출금 상환을 감당하기 위해 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RBA의 자료에 따르면 호주 가계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debt-to-income ratio)은 기록적인 187%이며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부채가 차지하고 있다.

로우 총재는 “지속적인 부채 증가는 가계 재정상태의 취약성을 증가시킨다. 대출액이 과도한 것으로 판단될 미래의 일정 시점이 되면 가계는 소비를 급격히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RBA가 소비, 저축 및 대출 간의 상호작용에 나타날 수 있는 스트레스 신호를 예의주시 할 것이라며 “이는 호주 경제의 주요 시나리오를 둘러싼 핵심적인 불확실성 중 하나다. 이런 위험은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무시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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