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존중은 민주주의의 기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오늘 10일(금) 오후 1시(호주동부 시간, 한국 오전 11시)에 나온다. 이번 선고가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선고 장면은 TV를 통해 생중계된다. 호주에서는 오후 1시로 근무 시간인만큼 인터넷을 통해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한국 국회는 지난해 12월 9일 찬성 234, 반대 56, 기권 2, 무효 7표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통과 후 곧바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2일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 사흘 전에 '8인 재판관 체제'로 심판을 종결짓기로 중차대한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그동안 인용ㆍ기각ㆍ각하 등 세 가지 선택을 모두 올려놓고 검토를 진행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선고 당일 재판관 평결에서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탄핵심판은 단심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선고 직후 즉각 효력이 발생하고 대통령의 거취도 바로 정해진다. 헌재의 판단이 내려지면 2005년 개정된 헌재법에 따라 소수의견도 결정문에 표시하게 돼 있어, 재판관들의 견해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이제 인용이나 기각 혹은 각하의 세 갈림길 앞에 서게 됐다. 8인의 재판관은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 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등 탄핵 사유에 대한 법리 검토를 마무리했다. 이제 재판관들 개개인의 의견을 내놓는 마지막 평결만 남겨놓았다. 

탄핵 인용(파면), 기각, 각하의 세 가지 중 각하는 탄핵심판의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헌재가 본안 판단을 한다는 전제를 놓고 보면 남는 선택은 파면(인용)과 기각, 두 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관 숫자가 9인 정족수에서 1명 빠지는 8명이므로 2명 이하가 반대한다면, 즉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은 곧바로 파면되고 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차기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그러나  3명 이상의 재판관이 기각 의견으로 탄핵을 반대하면 탄핵소추안은 폐기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업무에 복귀한다. 

탄핵 인용을 전망하는 측은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만큼 사유가 확인돼야 탄핵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대로 기각을 예상하는 측은 '소추 사유가 일부 인정되더라도 대통령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탄핵 찬ㆍ반 세력이 강하게 반발할 공산이 커 보인다는 점이다. 탄핵 반대 측은 8일 오전부터 헌재 인근에서 3박 4일 집회에 들어갔다.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측도 이날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을 했다. 집회를 통해 찬ㆍ반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 자체를 막을 길은 없으나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헌재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용인될 수 없다. 찬반 세력들이 헌재의 결정에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론을 차분하게 수용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것은 재차 말할 필요가 없다. 재판관들이 이성과 법리 위에서 고심하고 결단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차분하게 새 역사의 날을 기다리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물론 인용 가부에 따라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선고 이후 엄청난 갈등과 후유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고가 어떻게 내려지든 헌재의 결정은 존중되고 보호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요, 민주주의이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다.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정의와 불의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행태는 자제하고 막아야 한다. 정치권과 교계, 사회 지도층이 사회 안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 탄핵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태도가 요구된다. 지난 몇 달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든 탄핵심판 정국의 혼돈에서 질서 있게 빠져나오는 성숙함을 국내외에 보여주어야 할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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