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국제공항의 근로자들이 터미널 아래 직원 전용 시멘트 바닥 공간에서 잠자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교통근로자노조(TWU)가 21일 공개한 동영상은 시드니공항의 불결한 지하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 널려있는 매트리스나 이불, 신발, 의자 등을 보여주었다.

호주 언론들은 공항 근로자들이 열악한 재정과 시간 부족으로 인해 근무 교대 시간에 귀가할 수 없어 ‘제3 세계 상태’(Third World conditions)에서 잠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잠자는 근로자들은 호주 최대 항공서비스 기업 중 하나로 콴타스항공, 젯스타항공, 버진항공, 싱가포르항공 등 대형 항공사들의 수하물 처리, 항공 탑재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에어로케어(Aerocare)의 직원들이다.

교통근로자노조는 이 근로자들이 분할근무제(split-shift arrangement) 하에서 하루 14시간 이상 공항에서 지낸다고 밝혔다. 분할근무제는 기업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근로자에게 하루 2회 이상의 교대근무를 시킨다.

2회의 교대근무 시간 사이의 휴식 시간에 집에 가서 잠자고 오기엔 시간이 촉박하고 교통비가 부담돼 공항 안에 임시 잠자리를 마련해 이용한다는 것.

분할근무제는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2년 개별협약(enterprise agreement)으로 허용됐으며 공정근로위원회의 그래엄 왓슨 부위원장이 2013년 2월 승인했다.

대부분의 에어로케어 근로자들은 이때 승인된 단체협약에 따라 연간 1만6000달러의 최저임금이 보장된 영구직이나 파트타임 근무자들이다.

에어로케어의 전 근로자였던 제이슨은 교대근무 시간 사이에 6시간을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분할근무제 근로자들이 항공모포로 작은 둥지(little nests)를 만들어 기다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공항의 다른 직원들은 모두 에어로캐어 근로자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다. 사실상 교대근무 후에는 공항에 있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 “노예 임금 시달리며 휴대용 침구에서 취침” = 교통근로자노조의 토니 셀던 전국 사무총장은 “이 동영상이 우리 공항의 화려한 외양에 가려진 근로자의 비참한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장시간 직장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노예임금에 시달리고 휴대용 침구에서 잠자고 있다”고 지적하고“이는 공항과 항공사가 저비용 기업들에게 업무를 외주 주고,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공급업체 근로자들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로케어는 근로자들과 새로운 직장협약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글렌 루더포드 CEO는 근로자들이 보다 긴 교대근무를 할 수 있도록 순환근무제(rostering system) 개선과 보다 안정적인 계약 보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공항 대변인은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호주연방경찰, 이민국경부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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