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호주인들의 노후 대책에서 매우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한다. 집을 통해 모은 자산이 은퇴 제도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노후 주택소유 유무에 따라 생활수준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정부 스스로 집값을 하락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말콤 턴불 정부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는 모양새다.

25년 연속 경제성장과 함께 호주 집값은 제한된 주택 공급 때문인지 아니면 투자자와 주택 소유자들에게 양도 때문인지 몰라도 20년 이상 앙등하면서 정부의 주택 정책은 현재 ‘악순환’에 빠져들었다(in a vicious cycle). 실제 주거용 주택에 대한 관대한 세제 지원과 자산 심사 혜택으로 인해 부동산에서 부의 축적을 자극했고 수십 동안 주택시장에서 수요 압박을 가중시켰다.
 
주택 매입자와 소유주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첫 내집 장만 가구 지원금(first-home owners grants), 매입인지세 할인 혜택(stamp duty concessions), 양도소득세, 토지세, 노인연금 및 다른 자산 심사 대상에서 자가주거용 주택 면제 등의 형태로 제공됐다.
이런 지원과 혜택은 다른 자산보다 주거용 주택을 통한 부의 축적이 용이한 환경을 만들었다. 부동산 시장, 택지 공급 제한, 개발계획 통제로 인해 도시 팽창을 제한할 수 있다. 그런 한편 주택 수요 압력이 계속 커졌다. 택지 공급이 제한돼 집값이 오르면서 시드니같은 도시는 이제 ‘압력 밥솥(pressure cookers)’이 된 셈이다

3월까지 1년 동안 시드니와 멜번 단독주택 가격이 각각 19%와 14%나 앙등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금융규제당국이 “호주가 주택 버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개입으로 이 버블을 파괴할 수도 없고 수축하기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 
APRA(호주금융감독원)가 이자만 상환하는 홈론의 시장 점유율을 30% 미만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동했다. 
2003년, 2011년 버블붕괴 전망이 있었을 때, 양도소득세 감세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했어야 했지만 시기를 놓쳤다. 노동당은 지난 2016 총선 공약으로 양도소득세 감세 혜택을 현행 50%에서 25%로 감축할 것이며 네거티브 기어링 세제 혜택도 신축 주택으로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턴불 총리는 이런 세제 개혁으로 인해 큰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사실상 주택 정책에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연립 정부는 무대책이 상책이란 한심한 대응을 했는데 그 사이 시드니와 멜번 단독주택 가격이 각각 19%와 14%씩 폭등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시드니의 중간 가격이 12만8천 달러, 멜번은 8만3천달러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간 임금 상승률이 1.9%에 불과한 상황에서 집값이 다시 두자리수 폭등했는데 턴불 정부로부터는 아무런 대안이 나오기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임대수익률이 형편 없지만 몇 년 기다리면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으로 매입 열기가 다시 뜨겁다. 양도 소득(차액)의 절반만 과세하는 혜택을 받는다.  

필립 로우 호주중앙은행(RBA) 총재는 최근 “양도소득세 세제 혜택 축소 또는 폐지로 주택시장 열기 냉각시켜야 한다”고 사실상 노동당의 주장을 지지했다.  IMF(국제통화기금)은 호주의 세제에서 부동산 투자 인센티브가 너무 많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조 호키 전 재무장관은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투기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다수 유권자들과 국내외 금융권 전문가들이 노동당의 대안을 지지하고 있다. 말콤 턴불 총리만 제외하고.. 

현재 호주의 최대 화두인 주택난은 에너지(전력난)와 노후 인프라스트럭쳐 구축과 같은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천연액화가스(LNG) 및 석탄 생산국인 호주가 전력난으로 고충을 겪는 아이러니도 마찬가지다. 중장기 계획과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호주 정치권에서 지난 20여년 이상 주택 문제는 총선 아젠다에서 사라졌거나 아주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선거 때 정당별 정책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근시안적 태도는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모두가 고통분담을 하며 늦었더라도 투자를 늘리면서 문제를 하나씩 개선하는 것 외 다른 방도는 없다.   
5월 차기 예산안 발표 때 턴불 정부가 모종의 주택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거티브 기어링 제도, 양도소득세 감세 혜택 이슈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긍정적인 정책이 없다면 연립 정부는 차기 총선에서 호된 질책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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