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에서 재외선거는 약 70%선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호주는 80%(시드니는 84%)로 전 세계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그만큼 5.9 조기 대선에 관심이 컸다는 증거다. 한국에서는 사전투표가 4, 5일 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도입된 사전투표가 대선에서 시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선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헌정 사상 최초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북한 핵 도발을 둘러싸고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한국 현대사에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고 미국은 한국의 어려운 국내 정치 사정을 이용해 안보 장사를 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미국은 행정부가 바뀌면서 당초 자신들이 부담하기로 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운영비용을 한국에 떠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마저 이때를 기회로 삼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점차 나아가고 있다. 여차하면 미일동맹을 빌미로 한반도에 군대를 파병할 태세다. 여기에 중국은 사드를 빌미로 한국에게 경제보복을 이어가고 있다. 주변 강대국이 동시에 한국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런 국내외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내세워 초강수를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이후에도 국론마저 갈라진다면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보듯이 한국 국민들은 이념의 장벽으로 갈라져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국민에 대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진정 국가 에너지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소통과 통합 역량과 의지를 가진 대통령을 뽑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서 정치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다행히 한 설문조사에서 국민의 96%가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관건은 이런 의사를 투표장에서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국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한국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모쪼록 유권자들이 적극 투표를 통해 나라의 힘을 한데 모아 국난을 극복할 대통령을 뽑는 작업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2017년은 ‘국민이 만든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다수 국민이 대통령을 합법적으로 해고했으며, 유세 기간 동안 후보들이 던진 말은 실시간으로 ‘팩트체킹’ 됐다. 여전히 가짜뉴스와 막말이 떠돌지만 힘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더 이상 몇몇 사람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한호일보가 20명 호주 동포들을 상대로 ‘차기 대통령에게 어떤 리더십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수가 대선을 통해 상식이 통하는 정의로운 나라, 반칙하면 예외 없이 벌을 받는 나라, 물질적으로만이 아닌 문화정서적으로도 사회의 취약계층을 보살피는 나라, 호주 가치관을 상징하는 표현인 ‘공평한 기회(a fair go)’의 나라, 사람 냄새나는 괜찮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답변 2면 참조) 

마지막으로 한국 대선에서도 호주처럼 투표일 당일까지 여론조사가 발표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차기를 염두에 두는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입으로는 승복, 행동은 불복하며 민심을 분열시키는 짓거리는 이젠 추방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패배자(graciously defeated)’가 되는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정권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하나의 과정, 역사의 흐름이란 인식이 필요하다. 

내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됐다고 세상의 종말이 올 것같은 탄식과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으로 모자람을 드러내는 것이다. 2017 대선을 통해 한국 정치문화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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