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주거비(임대비 또는 모기지 상환비용)가 가구 소득의 30%를 넘으면 심각한 ‘하우징 스트레스(housing stress)’를 받는 것으로 규정한다. 생활비 지출에서 주거비를 내고나면 다른 분야에 쓸 돈이 크게 부족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다. 식음료, 교통비, 통신요금, 각종 공과금(전기세, 수도비, 가스비), 보험료, 교육비 등 다른 생활필수품 지출에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16일 발표된 주택임대여력지수에 따르면 시드니는 세입자의 가계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이 29%로 6개월 전보다 3.8% 악화됐다. 주택가격이 하락세인 퍼스만 임대여력이 상승한 반면 나머지 5개 주도는 하락했다. 특히 시드니와 호바트는 임대여력이 급격히 악화됐다. 가구 소득이 6만달러 이하면 어디에서나 주택임대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nters in Sydney on the 'threshold of disaster(재난의 길목에 선 시드니 세입자들)’
17일자 시드니모닝헤럴드지 인터넷판 톱 기사 제목은 시드니 임대난의 심각성을 상징한다. 

헤럴드지는 시드니 서부 파라마타 아파트에 임대를 하고 있는 알버트 산토스(프리랜서 작가, 장애인 수당 수혜자)와 약혼녀 제니 아마스(직업치료사) 커플 사례를 소개했다. 임대비가 저소득층인 두 사람 소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임대비를 내고 식음료 재료를 구입하고 공과금을 내고나면 내집 마련은 고사하고 결혼식을 위한 절약도 매우 힘든 실정이다. 주당 임대비가 $430로 월평균 $1860 이상을 내고 있다. 이 돈은 이 부부 소득의 40~50%를 차지한다.  

이 부부처럼 저소득층은 가구소득의 60~70%를 주거비(임대비)로 지출하는 경우도 많다. 시드니 임대여력지수(Rental Affordability Index : RAI)에 따르면 시드니 많은 지역이 연간 14만 달러의 가구 소득층에게도 주거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간 7만 달러의 소득이 있는 홀부모가 시드니 시티에서 무려 40km 떨어진 외곽 변두리에 침실 2개 아파트의 임대비를 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서리힐, 레드펀에서 섬머힐, 애쉬필드로 이곳에서 다시 파라마타로 밀려 나오고 아예 주거비 부담을 감당 못해 시드니를 떠나는 세입자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NSW는 지방 도시도 임대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시드니를 제외한 NSW 지역 거주자들은 평균 가구소득의 28%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커뮤니티분야은행(Community Sector Banking)의 켄 랭스톤은 “과거 저소득층이 싼 지역으로 이주했지만 NSW 거의 모든 지역에 싼 임대주택은 더 이상 없다. 절망적(hopeless)이다. 저소득층은 주거비를 뺀 얼마 안되는 작은 소득에서 식음료, 병원 방문 등에서 절약을 해야 할지 잘 결정해야 한다.”고 실상을 설명했다. 
 
NSW 세입자연대(Tenants NSW) 선임 정책관 네드 커쳐는 “가구의 약 1/3이 세입자들임에도 정부 정책결정자들이 이런 사회문제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비는 계속 올랐지만 급여는 오르지 않았다. 그 외에도 세입자들은 임대를 보호받지 못한다.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 불안해서 밤 잠을 못 잔다.”고 정부의 무대책을 원망했다.  

전국쉼터(National Shelter)의 아드리안 피사르스키 CEO는 “시드니는 호주 최악이며 개선 여지가 안 보인다. 중간 소득자조차 시드니 대부분 지역을 감당할 수 없다(unaffordable).   많은 시드니 세입자들이 재난의 문턱에 와 있다. 평균 수준의 세입자들이 하우징 스트레스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연방예산안이 발표됐지만 괄목할만한 주택난 완화정책은 없었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여전히 변죽만 올리는 지엽적인 정책 몇 개만 발표됐다. 근본적인 문제 도전과는 거리가 멀다. 시드니 신공항에 50~60억 달러의 재원을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는 의지처럼 주택문제도 이정도 규모와 장기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완전 통제 불능상태에 놓일 수 있다. 

젊은층에서는 임대난 불만으로 사회폭동 없는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란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처럼 “이게 나라냐?”는 절규가 나올지 모른다. 유권자들이 정책 이슈화로 선거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채찍을 휘둘러 무언가 쓸만한 대책이 나오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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