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 그리고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이념갈등,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추념사 키워드는 ‘애국’이었다. 진보 진영에서 좀처럼 거론되지 않았던 ‘애국’에 문 대통령이 방점을 찍고 대한민국 통합의 기치를 든 셈이다.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호국 용사, 베트남 참전용사,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 청계천변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 노동자의 헌신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그것이 애국”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제도상의 화해를 넘어,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보수 정권들이 보훈을 좁은 의미로 해석해 특정 이념의 전유물인 양 다룬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또 다른 중요한 점을 강조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며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나라다운 나라"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찾아내 기억하고 기리겠다”고 말했다.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직시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시대 변화에 걸맞은 적극적인 보훈 의지를 내보였다.

추념사 말미에는 순국선열, 호국영령과 함께 민주열사를 나란히 열거하기도 했다. 결국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넘어 애국하는 모든 이들을 받드는 보훈을 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6일 추념식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보훈의 의미를 새롭게 되새김으로써 국민을 한데 아우르는 계기로 삼기에 충분했다. 보훈의 위상을 강화하고 국가유공자들을 제대로 예우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 분명하게 발표됐다.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참전 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 경제가 살아났다. (참전 용사들은)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다.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것이 애국이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박정희 정부 시절) 파독 광부와 간호사, 청계천 여성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도 애국"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의 이같은 역사관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과거보다 확대됐고 진일보했으며 균형감을 갖추었다고 본지는 판단한다. 특히 대통령으로서 정파를 초월한 인식을 보인 것은 다행스럽다.문 대통령은 "파독 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고 했다. 태극기는 그 누구의 태극기도 아닌 모두의 태극기여야 한다. 이런 다짐이 지속된다면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통합의 기운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의 62회 현충일 추념사를 환영한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