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국민 연립 정부가 의회에 상정한 시민권법 개정안과 관련해 사회 곳곳에서 우려와 찬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노동당)과 녹색당은 반대 당론을 정했다. 따라서 상원에서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 여부에 따라 법안의 채택이 결정될 것이다.
우려 또는 반대는 이 개정안에 지나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 법안의 공식 명칭은 ‘Australian Citizenship Legislation Amendment (Strengthening the Requirements for Australian Citizenship and Other Measures) Bill 2017(호주 시민권법 개정- 호주 시민권 요건 강화)’이다.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권 신청 자격(eligibility for citizenship)인 영주권자의 대기 기간이 현재의 1년에서 최소 4년으로 대폭 늘어난다. 야당은 4년이 너무 길다고 반대한다. 말콤 턴불 총리는 4년 보다 긴 나라들도 많다면서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권 취득으로 호주 사회의 진정한 일원이 되려는데 영주권 취득 후 최소 대기 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본지는 판단한다. 2, 3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둘째, 영어 시험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특히 한인 커뮤니티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개정안에는 이민장관의 재량으로 영어시험 방법이 결정된다. 영주권 신청이나 대학 입학에서 요구되는 영어 시험인 IELTS(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의 6점 합격 기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이번 주 ABC 라디오와 대담에서 “현재의 영어시험은 기초적(basic)  수준에 불과하다. 시민권자로 호주 사회에 적응을 하려면 영어 능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IELTS의 1~9 등급 중 밴드(band) 5에서 밴드 6으로 상향 조정하는 예를 들었다.

이와 관련, 토니 버크 야당 시민권 담당 의원은 “새로운 시민권자들이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없다. 호주 출생자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불합격할 것”이라면서 별난 우월주의(bizarre act of snobbery)라고 비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더튼 장관은 “IELTS 시험 중 대학입학을 위한 시험(Academic test)이 아닌 일반 테스트(General Training test)를 의미한다. 일반 시험 6등급(Level 6)는 사회와 직장에서 기초적인 생존 기술에 치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 영주권이나 457비자 신청과 관련해 IELTS 영어시험 중 특히 아카데믹시험(academic test)에서 6점을 받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공방이 없도록 이민부가 영어시험의 기준을 분명하게 밝혀 오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또 현재보다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합격을 해야 하는 타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호주 이민자들에게 호주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당신들을 호주 커뮤니티로 받아들인다”는  상징적인 제스추어를 의미하는 것이다. 호주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모두로부터 소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권 취득의 문턱을 너무 높일 경우, 호주 지역사회에서 영구적인 하층(permanent underclass)을 양산할 수 있다. 시민권자가 되고 싶지만 영어 시험 등 자격이 안돼 영주권자로 지내야하는 인구는 정부 입장에서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호주 시민권자로서 환영받을 권리와 기회를 거부함으로써 이민자 커뮤니티에게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 특히 한인 이민 1세대는 거의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 부모 세대 위주이지만 이들은 이민 후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기여를 통해 호주 사회에 나름 기여를 해왔다. 영어 구사 능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을 호주 시민권자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고 가족과 사회에 근면, 노력, 기여로도 호주인이 되기 충분하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호주 사회의 단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셋째, 이민장관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개별 사례의 시민권 부여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권한, 행정심판소 판결조차 번복 가능한 재량권 부여는 권력 남용의 여지를 줄 수 있다. 개별 사례에서 이민 결정의 정치화는 국제적으로 존경을 받는 호주 이민제도의 기본 정신인 공평성과 투명성, 불편부당함을 위협할 것이다.

말콤 턴불 정부는 이민자 커뮤니티를 비롯한 사회 여러 계층의 반대 목소리를 경청해 개정안에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지를 판단한다. 이런 견해가 한인커뮤니티와 친분이 두터운 정치인들에게 전달될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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