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관병 갑질’ 사건을 두고 “전 부처 차원에서 ‘갑질문화’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7일 수석보좌관회의(이하 대수보)에서 “공관병에 대한 갑질 사건은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드렸다.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군내 갑질 문화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며 “나라를 지키러 간 우리 청년들이 농사병, 과외병, 테니스병, 골프병, 이런 모욕적인 명칭을 들으며 개인 사병 노릇을 한다는 자조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일부 문제 인사를 징계하는 수준의 미봉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확한 실태 조사와 분명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직사회 전반의 갑질 문화를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비단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전 부처 차원의 갑질 문화를 점검하라. 우선 해외 공관을 포함해 공관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부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외교부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외교부를 겨냥한 지적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대표적인 해외 한국 공관의 추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사례 1: 한국 외교부 고위 공무원이 현지에서 임시 고용한 여대생을 지속적으로 상습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파면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6일 한국일보의 ‘전 주러시아 문화원장, 현지 대학생 상습 성추행’ 기사를 통해 알려졌다.     

외교부는 자체 감사 끝에 해당 공무원을 파면했지만 형사처벌을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부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겸 문화원장 박모(53)씨의 비위 제보 사항 조사 결과 및 박씨와 피해자의 진술서 등을 종합하면, 박씨는 2015년 7월 통역과 지원 업무 등 행사 준비를 위해 임시 채용한 현지 대학생 A(당시 20세)씨를 수 차례에 걸쳐 성추행했다. 

박씨의 추잡한 행태는 넉 달이 지난 같은 해 1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제보가 입수되면서 알려졌다. 외교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박씨 행위가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중징계 중 가장 강력한 파면 결정을 내려 다음달 박씨는 파면됐다. 반면 검찰 고발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ㆍ고발이 없더라도 수사할 수 있다. 검찰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례 2: 지난해 12월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을 받은 칠레 주재 박모 참사관이나 지난달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에티오피아 공관 외교관과 복수의 피해자들을 성추행한 것으로 드러난 같은 공관의 현직 대사 역시 대외적으로 관련 의혹과 사건이 불거진 뒤에야 검찰에 고발됐다. 

“해외 공관에 주재하는 외교관들의 성 추문 사건은 단순히 외교부의 근무기강 문제로 접근해선 안되고 국가 위신을 해치는 범죄로 여겨 정부가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잇달아 성폭력 사건이 벌어지자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무관용 원칙에 따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감사 및 징계 강화, 신고 및 처리 절차 개선, 예방교육 내실화 등 대책을 내놓았다. 

이번 주 한국에서 발행되는 모 신문에 ‘홍콩총영사 갑질’ 논란 기사가 보도됐다. 그 배경에는 현지 한국학교이사회 분규가 문제의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자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해외 공관의 갑질이나 스캔들은 동포사회 언론과 한인회 등 주요 동포단체들이 역할과도 연관이 있다. 주변의 감시자들이 제구실을 한다면 눈이 무서워서라도 조심할 수 밖에 없다. 공관장에게 지나치게 굽신거리는 동포들의 태도도 문제다. 공관장 눈에 들어 평통위원에 위촉되려는 치졸한 생각을 가진 동포들이 있다는 점도 ‘갑질 적폐 청산’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