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의회 앞에서 영국시민권 포기 증서를 공개한 토니 애봇 전 총리

토니 애봇 전 총리가 빌 쇼튼 야당대표에게 영국 시민권 포기 증서를 입증하라면서 “증거를 제시하던지 아니면 조용히 입 닫고 있으라(show it or shut up)”고 윽박질렀다. 말콘 턴불 총리도 의회에서 같은 요구를 하며 야당에 공세를 취했다. 

애봇 전 총리는 4일 오전 켄버라 연방 의사당 앞에서 기자들에게 1993년 영국 정부의 공문을 보여주었다. 이는 영국 출생인 그가 정계 입문 전 영국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서류다. 

극우성향인 폴린 핸슨 상원의원(원내이션당 대표)도 이에 동조하면서 노동당의 페니 웡과 샘 다스티야리 상원의원들도 포기 증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며 한 술 더 떴다.   
쇼튼 야당대표는 “아버지가 잉글랜드 출생인데 나는 이미 복수국적을 포기했기 때문에 의원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을 하자 애봇 전 총리는 그의 영국시민권 포기 서류(letter of renunciation)를 보여주면서 “나처럼 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이와 관련, 노동당의 노아 캐롤 전국 사무총장은 “노동당은 공천자 확정 전 철저한 복수국적 여부를 조사한다. 이를 통과하지 않으면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주장을 반복했다.  
웡 상원의원은 “의회 출마 전 말레이시아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다스티야리 상원의원도 “호주와 이란에서 각각 변호사에게 의뢰해 수만 달러의 비용을 감수하며 이란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호주 대법원 전원 합의심이 선거항소심(the Court of Disputed Returns) 자격으로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 닉 제노폰, 피오나 내쉬(국민당) 상원의원 등 7명 의원들의 자격 여부를 판결할 예정이다. 

제노폰 의원의 아버지는 1960년까지 영국 식민지였던 사이프러스 출생으로 호주 이민 후에도 외국 거주 영국 시민권을 유지했고 아들인 닉 제노폰 의원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 사례다. 내쉬 상원의원은 아버지가 스코틀랜드 출생이기 때문에 영국 시민권자가 됐다. 
대법원에 판결이 의뢰된 7명의 상하 양원 의원들 중 가장 먼저 문제가 된 녹색당의 스콧 러드램과 라리사 워터즈 전 상원의원들 2명만 의원직에서 사퇴했다.

한편, 저널리스트로서 미국에 주재하며 미국의 사회보장카드를 얻게 돼 문제가 된 데린 힌치 상원의원은 복수국적자가 아님이 확인돼 이 스캔들을 피하게됐다.

노동당의 캐티 갤러거(Katy Gallagher) 상원의원(ACT 담당)은 4일 의회에서 “나는 남미 에쿠아도르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녀의 어머니가 1943년 에쿠아도르 출생자이기 때문에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의혹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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