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공정근로개정(취약근로자보호)법’이 5일 상원을 통과했다. 법안 명칭 ‘Fair Work Amendment (Protecting Vulnerable Workers) Bill 2017’에서 알 수 있듯이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고용주로부터 저임금 등 노동 착취를 당하기 쉬운 ‘취약층 근로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위법 고용주는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2009년 공정근로법(Fair Work Act 2009)에서 부족한 점이 보강됐다. 
의회를 통과한 새 법은 주총독의 승인을 받는 즉시 발효된다. 프랜차이즈 및 지주회사 책임은 6주 후 시행된다.   

새 법에서는 고용주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이 많다. 주요 내용은 의도적으로 최저 임금과 근로조건을 위반하는 고용주들에 대한 처벌 수위(최고 벌금액)가 대폭 높아졌다는 점이다. 또 프랜차이즈기업(franchisors)과 지주회사(holding companies)의 책임이 확대됐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인 많은 한인 고용주들도 유의해야할 점이 많아졌다.  

프랜차이즈기업이나 지주회사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한 업소/매장(franchisees)에서 고용하는 근로자들의 저임금 문제를 알았거나 적절하게 알았어야 하지만 위반 행위를 방지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 책임을 지도록 개정됐다. 새 법은 프랜차이즈 매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프랜차이즈기업에 적용된다.

이는 “본사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발생한 고용 문제를 몰랐다”는 명분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번 법 개정에서 가장 큰 계기는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호주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인 ‘7-일레븐의 저임금 스캔들’이었다. 여러 매장에서 저임금, 캐시백 등 위법 사례가 오랜 기간 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터졌을 때 7-일레븐 본사(franchisor)는 “개별 매장에서 발생한 위법 사례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변명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법 개정으로 프랜차이즈기업과 지주회사의 책임이 명확하게 규정됐다. 위법 행위를 방지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경우에도 책임을 지도록 개정됐다. “본사는 매장의 위법을 몰랐다”는 핑계는 아예 통하지 않게 법제화된 셈이다. 

심각한 위반사항(serious contraventions)은 현행 최대 벌금보다 10배가 늘었다. 
법원은 고용주 행위가 조직적인 행태인 경우, 즉 의도성이 있는 등 죄질이 무거운 경우, 위반 행위 당 회사는 63만달러, 개인은 12만6천달러의 최고 벌금 처벌을 판결할 수 있다. 또 새 법은 고용 기록 및 급여명세서(pay slip)를 보관하지 않는 경우, 최대 벌금을  개인은 1만2600달러, 회사는 6만3천달러로 2배 늘렸다.  
고용주가 근로자들에게 허위 또는 현혹시키려는 급여명세서를 주거나 공정근로옴부즈맨(Fair Work Ombudsman: FWO)에게 허위 정보 또는 서류를 제공하는 경우 종전보다 3배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FWO에 따르면 2016-17회계연도에 FWO가 제소한 사례 중 1/3은 허위 또는 현혹성 조작을 했다. 또 2/3는 사실과 다르게 고용기록 또는 급여명세서 작성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자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본인들의 비용 부담으로 급여를 받은 뒤 고용주에게 일부를 돌려주는 ‘현금 반환 약정(cash-back arrangements)’ 행위도 금지된다.    

또한 FWO의 권한도 한층 강화됐다. 새로운 정보 수집권한(evidence gathering powers)이 부여됐다. 관련 정보 또는 서류를 FWO에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선임 FWO 간부 앞으로 출두해 근로자 저임금 관련 선서를 하도록 권한이 부여됐다. 물론 고용주가 답변을 해야 할 때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이처럼 강화된 권한은 행정재심청구위원회(Administrative Appeals Tribunal)와 연방 옴부즈맨의 감독을 받는다.  

요식업계와 농장에서 저임금 위법사례의 주요 피해자들은 유학생과 백패커(워킹홀리데이비자소지자)다. 이들이 외국인 단기 체류자들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호주의 대외 이미지와도 직결돼 있다. 정부의 법 개정에서도 그런 점이 고려됐다. 
법안 통과와 관련, 미쉘리아 캐시 고용장관은 “새 법은 부도덕한 고용주들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작업장 임금 착취와 고용 사기에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불합리와 비정상’이 무한대로 아무 일 없는 듯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이슈는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호주 경제에서 ‘적폐’였다. 새 법은 취약 근로자  보호와 공평한 고용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결국 올 것이 온 셈이다. 호주 고용법 준수를 외면하면서, 겉으로 준수하는 척하면서 지탱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은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드니의 많은 소규모 한인 자영업자들에게 ‘산 넘어 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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