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강력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호주에서는 으레 ‘포트 아서 대학살(Port Arthur massacre)’이 거론된다. 1996년 4월 28-29일 타즈마니아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포트아서(전 식민지 시대 감옥)에서 백인 청년 마틴 브라이언트(Martin Bryant, 당시 28세)가 총기(반자동소총)를 난사해 35명이 숨졌고 23명이 부상당했다. 호주같이 조용한 나라에서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총기 참사였다.

당시 존 하워드 총리와 팀 피셔 부총리는 이 참사 후 불법 총기 사면령으로 약 66만정의 총기를 환수해 폐기했고 모든 종류의 자동 및 반자동 총기류의 민간 소지를 금지한 총기 규제법을 시행했다. 포트 아서 대학살 이후 21년 동안 호주에서는 다행히 총기로 인한 대규모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총기 규제법과 불법총기 사면령은 하워드 전 총리의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자유당과 연정에 참여한 국민당은 총기 수거와 규제법 시행 후 퀸즐랜드 주선거에서 원내이션당(폴린 핸슨)에게 12석을 빼앗기는 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하워드 정부는 의료보험료에 0.2%의 할증료를 부과해 예산을 확보하면서 전국총기매입프로그램(National Firearms Buyback Program)으로 총기 반납자들에게 보상을 했다. 총기 수거 방법에서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부담을 방식으로 효율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호주의 총기 문화는 미국과 전혀 다르다. 역사적 배경도 다르다. 미국의 총기 옹호 로비단체인 NRA(전미총기협회)같은 막강한 조직이 호주에는 없다. 호주에서 총기류는 주로 농부들에게 필요하다. 병든 소나 말을 처치하고 캥거루, 토끼 사냥 등에 소총을 이용한다.  

1일(미국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58명이 사망했고 5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 6월 49명이 숨진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 사건보다 피해가 더 컸다. 두 참사 사이의 477일동안 521건(월평균 33건)의 총기 난사가 발생했다. 최소 585명이 숨지고 2156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미 의회에서는 아무런 입법조치가 없었다. 

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총기규제 주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악의 총기참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와 정부의 무대책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입씨름으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이유는 총기 로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원 435명 중 232명이 총기소지 권리옹호 단체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고 대부분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민주당 의원은 9명만 후원받았다. 고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들도 모두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의회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도 마련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총기 규제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총기 난사 사건이 일상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사회 문제다. 호주인의 시각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호주에서는 미국처럼 NRA같은 조직이 생기거나 자동화기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가 경쟁력에서 호주가 미국보다 뒤처지더라도 총기 문화에서는 절대 미국을 따라가지 말아야한다. 총기폭력은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제1의 사회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론이 여전히 총기 규제에 거부감이 강한 점도 규제 도입 실패의 핵심 원인일 수 있다. 이같은 사회 정서가 호주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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