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우편 국민투표 참가자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투표를 주관하는 통계국(ABS)이 11일 발표했다. 이 수치는 우편투표 양식이 유권자들에게 배달되기 시작한 지난달 1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약 4주 동안의 잠정 통계다. 

첫 3주 동안 약 920만명이, 지난 주에 약 80만명이 투표에 참가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투표 참가율은 62.5%로 집계됐다. 최종 투표 마감이 11월 7일이니 10월 11일부터 약 3주 동안 최소 백만명 이상은 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62.5% 투표율은 지난해 미국 대선 투표율 55.5%보다 높다. 또 지난해 아일랜드에서 실시한 동성결혼 국민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브렉시트 여부를 결정한 영국 총선 투표율은 68.7%였다. 

동성결혼 찬반 우편 국민투표는 의무가 아니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번 달 27일까지 투표 참여를 권장하며 11월 7일 마감된다. 자발적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높은 참여율은 호주 유권자들이 의무 투표에 익숙한 제도가 분명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또한 대의 민주주의 제도에서 참여를 통한 의사 표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고한 점은 정치/선거제도에서 호주가 선진국임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막대한 비용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투표율이 높아지면 국민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효과가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것이다.
    
현재까지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찬반 양측 모두 대체로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찬성표가 현재의 결혼법(동성결혼 불허)의 개정에 반대하는 표를 능가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찬성표가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성급한 예상일 수도 있고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최종 투표 결과는 11월 15일 발표된다 

앞서 말콤 턴불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우세할 경우, 연말까지 의회에서 표결을 통해 결혼법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의회 표결을 하는 경우, 자유-국민 연립 여당은 종전까지의 결혼법 개정 반대 당론이 아닌 의원 개인의 양심투표(conscience vote, 소신투표)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당은 종전부터 의원들의 양심투표를 허용했다. 만약 반대표가 우세하면 의회 표결은 생략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해 한인 사회를 포함한 아시아계 커뮤니티는 대체로 반대 의견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설문조사는 아직 없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만큼 강경 보수 입장이 대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종종 찬반 논쟁이 가열되기도 하고 약간의 해프닝이 있지만 우려한 것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호주 유권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투표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만약을 위해 지나친 비방 등을 처벌하는 법규도 마련했다. 

한인 사회에서도 찬반 공방이 있을 때 우리가 사는 나라가 호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호주인들이 논쟁에서 치열하게 공격을 하면서도 이견이 결국 좁아지지 않으면 웃으면서 ‘we agree to disagree(동의하지 않기로 동의한다)’를 하면서 악수를 하는 점도 배울 필요가 있다. 

흔히 한국내 정치 논쟁에서 이견 때문에 극단적 혐오주의가 팽배해지는 악습, 구습이 호주 동포사회에서는 답습되는 않기를 바란다. 

최근 공영 ABC 방송은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좁혀보자는 취지에서 부자간 이견이 있는 실제 사례를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게이 아들(러셀)이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아버지(해롤드)에게 “아빠, 내 결혼식에 올건가요?”라는 질문을 한다. 허심탄회하게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대화를 교환하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 동영상이 주는 메시지다. 한인 가정에서도 충분히 이런 상황에 처할 수 있기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동영상 보기]
http://www.abc.net.au/news/2017-10-10/same-sex-marriage-father-son-hear-me-out/8959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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