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에서 주관하는 인문학 콘서트가 9일부터 시작됐다. 매주 월요일 진행되는 첫 6주 강좌는 ‘인문학의 길, 인간의 길’을 주제로 호주 동포사회의 원로 목회자인 홍길복 선생이 강의를 한다.   
9일 첫 강좌에서 신이정 한호일보 발행인은 환영사를 통해 “한국과 달리 호주에서 인문학 강좌를 접할 기회가 부족해 아쉬웠다. 현실의 삶 속에서 존재 가치를 높이도록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에서 인문학 콘서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강사의 일방향 내용 전달이 아닌 쌍방향 대화를 통해 함께 생각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혀 정서적으로 이민 생활을 윤택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강의 내용은 웨이브TV 대표인 정성택 감독이 동영상을 녹화해 온라인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9일 첫 강의는 인문학의 목적, 즉 ‘인문학 -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었다. 홍길복 선생은 6가지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첫째,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점이다. 현대인은 분주하다는 이유로 누군가 나를 대신해서 생각하는데 길들여지기 쉽다. 나를 대신해서 생각해주는 누군가의 지배를 받게되는 것은 결국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남의 삶으로 꽉 찬 인생’을 살면서 착각에 빠지지 말고 스스로 생각을 해야 한다. ‘영혼이 없는 사람(노예)’은 되지 말아야 한다. 
둘째는 나의 생각과 주장의 한계를 인식하며 고집(집착)을 내려놓자는 것이다.  
셋째는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대답만이 있다는 절대주의적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는 훈련이다.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한 집단의 편협성을 극복하여 세상이 지닌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해 폭 넓은 인격과 상식을 존중하는 인간이 되는데 도움을 주자는 의미다. 타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홍 선생이 지적한 ‘집착 벗어나기’와 ‘편협성 극복’은 특히 최근의 한국 정치상황(탄핵과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해 호주 한인들에게도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동포들 사이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와 몰이해로 인한 ‘극혐(극단적 혐오주의)’이 만연됐고 그로인한 내상이 컸기에 인문학적 소양으로 편협성 극복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넷째, 겸손한 인간성(교만 탈피) 함양이다. 
다섯째, 갑을 관계를 벗어나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어보자는 것이다. 홍 선생은 이점에서 인문학은 일정 부분 진보적이고 사회적 약자 편에 서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섯째, 균형잡힌 인간을 지향한다. 자기 주장만 옳다는 사람은 소인일 수 밖에 없다. 이보다 중요한 것이 중용(中庸)이다. 중용은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말고 정도(正道)를 걷는 것을 의미한다. 정도는 올바른 길이지 가운데 길(중립)이 아니다, 흑과 백 사이의 회색이 아니라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그 둘을 아우르는 포용성을 뜻한다. 영어로 ‘조화와 균형(harmony & balance)’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용은 겸손과 양보를 바탕으로 하며 포용성, 관용, 너그러움, 똘레상스(tolerance)의 의미를 포함한다. 

홍 선생은 “인문학의 지향점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 사람답게 생각하고 사람답게 말하고 사람답게 살아가자는 데 있다”고 요약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보자는 것이다. 이번 인문학 강좌에서도 진정 사람을 만나기를 희망한다. 과거 우리는 신, 자연, 우주, 물질을 만나려 무척 많은 노력했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서는 실패했다. 오늘의 세계는 비인간화(dehumanization), 동물화(beastialization) 시대로 치닫고 있다.
인문학은 돈, 명예, 권력 만능 시대 속에서 사랑, 자비, 정의, 평화, 양심, 진리를 세워보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원대한 목표 보다 최소한 고민만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과 공동체를 지향한다.
홍 선생은 “강좌를 통해 기쁨, 보람, 즐거움, 행복을 누리고자 한다. ‘함께하는 삶(living together)’의 기쁨이 진정한 기쁨”이라고 강조했다.

홍 선생의 첫 강의는 그분이 37년 호주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와 목회자로서의 경륜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말씀으로 와 닿았다. 값진 시간이었다. 남은 5주 강연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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