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새로운 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역대 두 번째 최연소인 37세의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재신더 아던 총리의 집권에는 연정으로 참여한 윈스톤 피터스 뉴질랜드제1당 대표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터스 당 대표는 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맡았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한 뉴질랜드 국민당을 제처놓고 노동당-녹색당과 연정을 결정했다. 이유는 뉴질랜드의 현상황과 미래에 대해 국민당 정부에게 불합격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는 “32년 신 자유주의 실험을 한 결과, 뉴질랜드인들의 삶의 질이 크게 나쁜 방향으로 퇴보했다. 국민당에게 9년(3선)의 기회를 주었으니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노동당을 지지한 이유를 설명했다.

"급여가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고 주거비용은 많은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있다. 뉴질랜드가 선진국 중에서 무주택자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됐는데 경제성장의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
“자본주의가 가난한 계층의 주택문제에서 완전 실패했다. 뉴질랜드인들은 후세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큰 변화가 필요하다”
“신임 뉴질랜드 노동당 정부는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한 가지 잣대로 경제의 성공 여부를 측정하지 않을 것이다. 측정 수단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생활을 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일해서 가족들을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던 신임 총리가 지난 주 총선 승리 후 한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의 요지다. 그는 “그렇다면 저소득층 뉴질랜드인들에게는 자본주의가 실패한 것이냐?”는 질문에 "만일 많은 어린이들이 생존에 충분하지 못한 환경(집)에서 살고 있다면 그것은 완전한 실패(blatant failure)"라고 분명한 어조로 답변했다. 

윈스톤 피터즈 부총리도 인터뷰에서 “자본주의가 일반인들의 적(foe)이 됐다. 자본주의는 반드시 인간 얼굴을 회복해야한다(Capitalism must resume a human face). 우리는 친절한 자본주의(kinder capitalism)를 원한다.”고 말했다.  

새 뉴질랜드 정부는 연정 파트너들의 요구를 수용한 협치 정치를 시도할 계획이다. 뉴질랜드제1당의 요구대로 외국인 주택 및 농지 소유를 불허하고 비숙련 임기 기술 이민자를 대폭 감축하는 이민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또 대학교육 보강(3년 무상 교육 제안),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 65세 은퇴 퇴직연금 수혜 가능, 경찰 대폭 증원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50년 순제로 배출개스(net zero carbon emissions)를 목표로 탄소거래제를 모든 분야 적용하는 강력한 기후변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청정 국가’ 이미지에 적합한 정책 선택이다. 뉴질랜드는 발전소의 80%를 수력에 의존하고 있고 배출가스의 절반이 양과 소의 방귀 가스에서 비롯된다. 아던 총리는 “기후 변화는 내 세대의 비핵”이라며 오늘날의 기후변화를 1980년대 뉴질랜드의 비핵화 운동에 비교했다.  
녹색당의 요구를 수용해 2020년 마리화나의 개인적 사용에 대한 합법화 방안을 국민투표로 결정할 계획이다. 

30대 신임 뉴질랜드 총리의 개혁 정치는 가장 친한 이웃국가인 호주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시장이 소비자들을 보답하지 못 한다(Markets do not serve people well)’는 지적처럼 고장난 시장기능을 정부가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손질할만한 효율성을 갖추었고 개혁을 주도할 준비된 정부인지를 유권자들에게 먼저 보여야 한다.
이제 아던 총리는 뉴질랜드 노동당 정부가 이것을 입증하겠노라고 팔을 걷어붙이며 나섰다. 
정치적 정체성을 상실한 호주 좌파(Australia Left)에게 뉴질랜드는 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횃불(등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던 신임 총리는 약 10년의 의정 경력이 있다. 그녀의 롤모델인 헬렌 클라크 전 총리의 비서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뉴질랜드 청년노동당 대표로 국제소셜리스트청년연맹(International Union of Socialist Youth) 회장으로 선출된 경력이 있다. 
아던 총리가 회복하려는 것은 자본주의에서 인간애(humanity)에 대한 존중이며 이에 입각한 정책 시행이다. 호주가 뉴질랜드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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