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젊은 연예인의 반려견(프렌치불독)이 음식점 대표(53세 여성)를 물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요즘 인터넷에는 관련 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5일에는 호주 켄버라에서 40대 여성이 그녀가 키우던 맹견 종류인 핏불테리어에게 공격을 당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출동한 경찰마저 공격한 이 개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한국은 반려견 1천만 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는데 관련 법규에 맹견에 대한 뚜렷한 정의가  아직 없다고 한다. 이 사고를 보면 한국의 허술한 관련 법규 정비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호주 등 외국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제도 보완과 함께 바뀌어야 할 중요한 점은 개를 키우는 문화가 엡그레이드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는 물론 개를 키우는 주인(견주)이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이번처럼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줄일 수 있다.

호주의 동물 병원에서는 어린 강아지 훈련 클래스(poppy classes)가 있다. 입으로 뭐든지 물어 보려는 어린 강아지에게 배변 훈련(toilet training)과 물어뜯는 공격 행위를 순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순화에는 개가 관심을 보일만한 장난감이나 입으로 씹을 수 있는 다른 먹이(돼지 귀, 양 귀 말린 것 등)을 주는 방법 등이 있다. 또 다른 어린 강아지들을 만나 사회성 훈련도 될 수 있다. 
이런 강아지들이 조금 크면 또 받아야할 (받기를 권장하는) 교육이 바로 복종 훈련(obedience class)이다. 6개월 이상이면 가능하다.  
파피 클래스처럼 주인이 개를 데리고 함께 교육에 참여한다. 대체로 주 1회 약 6-8주 정도 교육을 하며 주로 공원에서 훈련한다. 공순하게 주인 말을 잘 듣고 기다리는 훈련, 다른 개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성 훈련을 한다. 또 사람들에게 달려들거나 무는 등 공격성을 띠지 않는 훈련도 된다. 훈련이 안 된 개는 반가우면 누구든 달려드는 습성을 보인다. 훈련이 된 개는 꼬리를 치며 반가워하지만 달려들지 않고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며 비교적 조용하게 반응을 한다. 매우 큰 차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교육을 받은 내용을 평상시 개 주인이 집이나 공원에서 반복 훈련(복습)을 하고 보살핌으로 어느 정도 훈련이 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를 데리고 매일 (또는 주 3-4회 이상) 산책을 하면서 훈련을 겸하는 점도 좋은 방법이다. 어느 정도 훈련이 된 상태에서 목줄을 매고 (필요하다면 입마개를 착용하고) 비닐백(배변 청소용)을 지참하고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반려견이 개의 수명(약 10-15년)동안 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가지려면 동물 훈련은 필수적이다. 훈련이 잘 될수록 개 주인이 편하고 쉽게 또 주변에서 욕을 먹지 않으며 보람있게 개를 키울 수 있다. 그 반대로 훈련이 거의 안 됐거나 보살핌(산책 등)에서도 소홀한 경우는 어렵고 숱한 사고를 저지를 수 있고 주인 입장에서 매우 피곤하며 짜증스럽게 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웃의 불만도 당연히 스트레스를 준다.   
우리 주변에서 전자와 후자의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필자는 맹인견 종류인 라브라도 리트리버(Labrado Retriever)를 14년 키워 본 경험이 있어 반려견 문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공감한다. 아쉽게도 한인들이 키우는 개들 중 훈련이 안 돼 있고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를 자주 접했다.  

‘개를 키울 수 있는 자격’이란 외국 책을 번역한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은 “독일이나 스위스 일부 지역에서는 반려인들이 동물을 기르는 기본 소양을 갖추도록 필기ㆍ실기시험을 치른다”며 “실기시험의 가장 기본은 ‘리콜(recall) 훈련’으로, 공공장소 등에서 주인이 불렀을 때 즉각 따라오는 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견주 스스로가 반려동물을 통제할 능력을 갖춰야 하는 셈이다. 

호주에서 이런 교육이 앞에서 거론한 복종 훈련 클래스(obedience class)다. 동물병원 또는 개클럽, 동호인단체 등에서 주관해 주말에 공원에서 볼 수 있다. 
약간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교육 시간은 물론 평상시 습관처럼 반복 교육과 보살핌이 있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귀여워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주면서 키워 본 사람들은 그 진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중요성에 공감한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잘 훈련된 개의 사례는 맹인견이다. 라브라도 리트리버가 맹인견의 대부분인데 매우 영리하고 복종 훈련을 가장 잘 견뎌 교육 내용을 습득할 수 있는 종류이기 때문이다. 입에 물고 있는 먹이를 빼앗아도 으르릉 대거나 물려고 덤비지 않을 정도로 순종형이다. 기차역 주변에서 시각 장애인을 돕는 맹인견이 걸어가는 주인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배변을 하면서도 걷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 정도로 훈련이 가능하고 순종을 한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최근 라브라도 리트리버 맹인견을 초기 치매 환자들의 도우미견으로 활용하는 세계 최초의 의학연구가 호주에서 실시되고 있는데 매우 긍정적인 첫 성과를 냈다고 보도됐다. (한호일보 10월 21일자 관련 기사 참조) 이 기사를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호주처럼 일본에서도 동물병원, 교육센터에서 개 주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기초 예절 교육을 받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사람에게 인성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반려견에게는 복종 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래야 반려견으로 부를 수 있다. 사람이 키운다고 모두 반려견이 아니다. 훈련이 안 된 개는 엄밀한 의미에서 반려견이 아니다. 인성 교육이 빵점인 사람들이 사회에서 각종 물의를 일으키며 집안의 사고뭉치로서 손가락질 받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한국의 반려견 문화가 제대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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