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전역에서 한국계 유권자가 가장 많은 연방 선거구인 베네롱이 예기기 않았던 보궐선거(12월 16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케빈 07(Kevin 07)' 돌풍이 불었던 2007년부터 10년 만이다. 노동당이 NSW 최초의 여성 주총리인 크리스티나 키닐리를 후보로 결정하면서 양당 후보들의 대결이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있다. 

노동당은 ‘낙하산 공천’ 비난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진 인물인 키닐리 전 NSW 주총리를 후보로 전격 발탁했다. 그 이유는 2007년 총선 때 방송인 출신인 맥신 맥큐 후보가 존 워드 당시 총리를 제압하는 이변이 재연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 구도가 형성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분명 노동당은 “응답하라 2007!”을 외칠 것이다. 
짧은 기간 안에 유세전을 펼치려면 널리 알려진 인물을 동원해 승기를 잡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정치 현실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호주보수주의연합(the Australian Conservatives)의 보궐 선거 참여다. 코리 버나르디 연방 상원의원이 이끄는 이 군소정당은 20대 중반의 레바논계 가톨릭(Maronite Catholic) 신자인 조람 리차(Joram Richa)를 후보로 공천할 계획이다. 호주보수주의연합의 베네롱 보궐선거 참여 배경에는 15일 발표된 동성결혼 국민투표에서 베네롱이 반대 50.2%로 약간의 차이로 찬성(49.80%)을 압도한 결과와 직결돼있다. 
베네롱에서 이처럼 높은 반대 비율은 예상 밖이었다. 반대를 한 주요 커뮤니티는 종교적 및 소수민족 그룹으로 양분할 수 있다. 가톨릭, 성공회, 개신교와 무슬림 신자 등이 한 그룹일 것이다, 또 한국, 중국, 인도, 중동계(크리스천), 구 동구권(유고 연방) 등 비영어권 소수민족 커뮤니티도 반대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베네롱 보궐 선거 캠페인도 두 그룹을 상대로 집중될 것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유권자들 중 일부가 자유당 대신 호주보수주의연합이나 프레드 나일 목사(NSW 상원의원)의 기독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호주보수주의연합의 베네롱 보궐선거 참여가 키닐리 노동당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자유당 후보로 재도전을 하는 존 알렉산더 전 의원과 노동당의 크리스티나 키닐리 후보는 동성결혼 합법화와 관련해 찬성 입장이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키닐리 후보는 20일 한호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 이슈는 정당이나 교회나 당연히 양심투표를 허용해야 한다. 노동당도 오래 전부터 같은 입장. 알렉산더 후보와 이점에서 일차한다”라고 말했다. 

한호일보가 베네롱 보궐선거와 여야 후보들에 대한 반응을 보도한 내용 중 한 동포 회계사는 “한인들이 낫싱이라는 느낌을 받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충분히 공감 가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시아계 후보로 추천할만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 점은 한국, 중국 커뮤니티의 동일한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한국계 및 중국계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 많이 배출됐지만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정치권 진출을 준비해온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거나 아예 없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내놓을만한 예비 정치 지망생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지만 한국계 시의원 피터 김의 열성적인 활동으로 3년 후 시의원 선거 때는 당선 가능권에 여러 명의 한국계 정치 지망생들이 있기를 희망한다. 아래부터 위로 이런 단계를 거치면서 성장을 해야 자연스럽게 주류 사회 정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2017년 NSW 지자체 선거에서 유일하게 당선된 한국계인 닥터 피터 김 시의원의 커뮤니티 활동은 무척 고무적이다. 키닐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빌 쇼튼 야당대표와 토니 버크 의원, 페니 웡 상원 야당 원내총무 등 야당 중진들이 대거 베네롱을 방문하고 있으며 피터 김 시의원으로부터 안내와 도움을 받고 있다. 그의 정치적인 프로필 만들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력이 커진다.  

과연 2017 베네롱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의 ‘응답하라 2007’이 효과를 나타낼지 흥밋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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