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윤리의식 망각한 범죄 행위.. 강력 처벌 교훈
 
이번 주 25일 시드니모닝헤럴드지에 보도된 시드니 한인 여성 변호사 K씨의 자격 박탈 기사는 충격적이다. (관련 기사 25일자 한호일보 참조) K씨의 위법 내용과 NSW 고법의 확정 판결 모두 놀라웠고 한인 사회도 충격을 받았다. 

K씨는 가족(아버지와 아들)이 과속, 신호위반으로 받은 벌금통지서를 처리하면서 타인(전 남편과 고객)의 과실로 여러 번 허위 공문서를 제출한 것이 들통났고 결국 NSW 변호사 자격이 취소됐다. 재판에서 K씨는 이전에도 4건의 유사한 행위를 한 것을 시인했으며 관련 범죄로 지난해 $2,200의 벌금 및 2년 근신(a 2 year good behavior)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행위에는 고객의 이름까지 도용한 것이 포함돼 더욱 충격을 주었다.  

결국 K변호사는 전문직을 이용한 직무상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것이 문제가 돼 변호사협회로부터 면허가 취소됐다. 자격 취소에 대한 항소심(고법)에서 패소하며 확정 판결을 받았다. 
NSW 고법(Supreme Court of NSW)인 항소심(Court of Appeal)은 11월 15일 “가족을 보호하기위해 '고의적으로 부정직한(dishonest misconduct) 행동'을 한 것은 '단순한 판단의 오류(a mere error of judgement)'가 아니다. 이는 형사상의 범죄이며 동료 변호사들에게 불명예”라면서 “변호사협회로부터 영구 퇴출이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변호사협회의 자격 취소를 고법이 수용했다. 

과거에도 몇 명의 한인 변호사들이 위법 행위로 면허 정지 또는 취소된 사례가 있었다. 비즈니스(식당) 거래에서 변호사에게 맡긴 계약금을 사적 용도(도박 등)로 유용한 범행도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변호사라는 직업이 무색할 정도로 위법 행위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평소 거짓말을 하찮은 행위로 여겨온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위법 행위를 저지른다. 처음엔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히게 마련이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호주같은 신용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은 전문직일수록 높은 직업 윤리의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2007년 호주 미디어에서 빅 뉴스였던 마커스 에인펠드(Marcus Einfeld) 판사 사례와 유사한 점이 있다. 2006년 에인펠드 연방 판사는 불과 $77의 교통위반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이미 고인이 된 지인의 이름으로 법정 선언서(statutory declaration)를 허위로 작성했고 그 후에도 계속된 거짓말을 했는데 모두 허위와 조작으로 들통났다. 그는 2007년 위증(perjury), 사법 방해(perverting the course of justice), 법정선언 허위 작성(making and using false statutory declarations) 등 10여건의 혐의로 기소돼 3년 실형(2년 가석방 금지)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그의 ‘의도적이고 사전에 계획된 위증(deliberate, premeditated perjury)’을 범죄 행위로 무겁게 처벌했다. 고위직 판사라는 신분을 망각한 거짓말 행위에 대한 가중 처벌을 한 것이다.  
에인펠드 판사는 유죄 판결로 구속이 되면서 온갖 불명예를 얻었다. 호주 최초의 연방 법원 판사가 형사범으로 유죄판결을 받고 수감된 기록을 세웠다. 법정변호사(barrister)와 왕실 변호사(QC) 자격이 협회로부터 모두 취소됐다. 국민훈장(OAM)도 박탈됐다. 또 재판 과정에서 이력서 조작, 논문 표절, 미국에서 박사학위 구매 등이 폭로됐다.
불과 $77의 벌금을 안내려고 하다가 또 운전면허 정지를 편법으로 피하려다 감당 못할 엄청난 비극의 구렁덩이에 빠져든 것이다. 
 
시드니 라이드시의 전 시의원(회계사)는 고객의 세무신고에서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날짜를 허위로 제출한 것이 적발돼 실형 처벌을 받았다. 이 정도로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전문직은 높은 직업 윤리의식을 요구한다. 이런 전문직 종사자들이 의도적으로 여러 번 부정직한 범행(공문서 위조)을 했을 때 가차없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다시 일깨웠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직업윤리 의식을 재점검하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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