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베네롱 보궐선거에서 자유당의 존 알렉산더 후보가 노동당의 크리스티나 케닐리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했다. 이 결과는 말콤 턴불 정부의 안정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변화 요구보다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6년 동안 5명의 총리가 교체되는 정치권의 불안정이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유권자가 다수라는 의미다. 이로써 턴불 총리는 3년 임기를 마치는 2019년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묻게 됐다.

자유당이 패배하면 자유-국민 연립 여당은 하원(150석) 중 ‘매직넘버 76석’에서 75석으로 줄어든다. 하원의장(자유당 의원)이 표결에 불참하기 때문에 실질적 표결 참여 여당 의원은 74석에 불과하다. 만약 노동당이 5명의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모두 규합할 경우 법안 부결, 심지어 총리 불신임안까지 통과시킬 수 있다. 다수의 유권자들은 이번 보선에서 국가적 중요성이 부각된 점을 중시하면서 이런 최악의 불안정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알렉산더 당선인과 도전자 케닐리 후보의 득표 차이는 2016년 총선에서 약 9천표였는데 약 1년 5개월 후인 이번 보궐선거에서 약 8천표로 약간 줄었다. 노동당으로 지지율이 4.9% 반등했지만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결과를 분석하면 2016년 총선 때 지지 성향에서 약 5%의 변화가 있었다. 돌풍이 불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한편으로 중국계 유권자들의 존 알렉산더 지지표 이탈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국계 커뮤니티에서 오피니언 리더 중 한 명인 휴 리 이스트우드중국노인회장은 선거 전 알렉산더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표명했다. 그는 베네롱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아시아계 커뮤니티 지도자 중 한 명이다. 저스틴 리 전 라이드 시의원도 비슷한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AAAB(베네롱호주아시안연합) 회장으로서 공식 지지 입장은 표명하지 않았다.  

턴불 총리는 2-3주 사이 베네롱 선거구를 무려 10번 이상 방문해 유세를 지원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베네롱을 노동당에 빼앗기면 빌 쇼튼이 총리가 되는데 한걸음 가까워질 것”이라는 회유성 발언으로 지지를 유도한 것이 어느 정도 특히 백인 유권자층에게 먹힌 듯 하다. 

켐페인 마지막 주 여야는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했는데 특히 자유당은 케닐리 후보가 현재 부패 혐의로 수감 중인 에디 오비드 전 NSW 상원의원과 이안 맥도널드 전 장관들과 한통속이라고 비난했다. 에디 오비드, 이안 맥도널드, 조 트리포디와 케닐리 후보의 사진이 선거일 모든 투표장 앞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샘 다스티야리 상원의원의 스캔들 확산과 의원직 사임 시기도 노동당에게 마이너스 요인 중 하나였다. 여당과 언론은 집요하게 스캔들을 터뜨렸고 결국 베네롱 선거를 5일 남겨 놓고 사임했다. 여당과 언론은 마치 공동 기획한 듯 절묘하게 한 목소리를 냈다. 
중국계 기업인이 정치후원금을 앞세워 호주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비난은 호주 사회의 빅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됐다. 다스티야리 전 상원의원은 이적행위를 한 모양새로 공격을 받았다. 피터 더튼 이민장관은 ‘이중 첩자’라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이런 공세가 베네롱 보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노동당에게는 악재가됐다. 
 
다스티야리 스캔들의 핵심 인물은 이스트우드센터를 소유한 유후그룹(Yuhu Group)의 황 시앙모 회장이다. 그는 연방 지역구 의원(존 알렉산더)과도 친분이 두텁다. 2015년 알렉산더 의원이 에핑클럽에서 토니 애봇 당시 총리와 그의 부친을 ‘아버지의 날’ 파티에 주빈으로 초청했다. 상당한 비용이 든 이 행사도 황 회장이 당연이 협찬했을 것이다. 필자가 당시 이 행사를 취재했기에 상황을 기억한다. 이처럼 황 회장이 베네롱 지역구 의원인 존 알렉산더와도 친분이 있지만 다스티야리와의 관계만 집중적으로 파헤쳐졌다.  

다스티야리 파문으로 중국 기업인들의 호주 정치권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호주 정부는 새해 외국인 호주 정치 개입을 근절하는 법안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백인표 결속’이란 속셈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019년 3월 NSW 선거에 이어 후반에는 연방 총선이 있다. 사전 정지 작업의 의미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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