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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답게 사는 것, 화두 던지는 신문이 되어달라”[신년 인터뷰: 교계 원로 홍길복 목사]
전소현 기자 | 승인 2018.01.11 19:42

“사람됨 상실이 비극의 시작” 
지난 해 인문학 강연이어 10월 ‘죽음’ 주제 강좌   

홍목사는… 황해도에서 1944년 출생, 연세대에서 철학을 그리고 장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박정희 정권 때 교회 전도사로 있으면서 유신체제 반대로 수감생활을 한 바 있다. 13여년 간 한국에서 사역을 한 존 브라운 (한국명 변조은. 86세) 목사(호주 유나이팅 교단 소속) 초대로 1980년 6월 호주로 왔다. 시드니제일교회 초대 담임목사로 1980년 12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18년 여년 사역했다. 부인 이길남 여사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었다. 

 “동포사회 ‘해피투게더’ 지향했으면…”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 나오는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의 나이는 과연 몇 살이었을까. 정확한 나이는 가늠할 수는 없지만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보아 50대 이후 쯤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호주 한인 이민역사도 50여년을 지나왔으니 그 누님의 굴곡진 인생과 닮아있을 것이다. 

“나이 70을 넘어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 보며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더욱 많이 생각하게된다”는 홍길복 목사를 지난 8일 만나 한인이민역사와 긴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느낀 소회를 들어보았다. 
 

양복도 다 떯어질 때까지 입고 한국말을 잊지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는 변조은 스승을 통해 겸손을 배운다는 홍목사는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제는 많은 문제의 원인은 나로부터, 또 교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며 “실패의 경험이 겸손의 자리로 이끄는 것 같다”고 했다. 
 
Q새해를 맞아 동포들에게 덕담을 부탁한다.
“행복하다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다 같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삶이 각박해졌다고들 하는데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삶, 리빙투게더에서 '해피 투게더(Happy Together)를 지향하는' 동포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Q ‘해피투게더’.. 참 좋은 말인데 실행이 쉽지 않다.
“지나친 경쟁의식 속에서 수단 방법가리지않고 목표를 달성하고자하는 자세를 버려야하지 않을까. 남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입장을 바꿔보고 의견이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인식 속에서 자기를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인 이민 초창기에는 불법체류자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워홀러들이나 유학생 등 생각 외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잊혀진 사람들까지… 그들의  아픔을 돌아보는 마음이 절실하다.” 

홍 목사가 호주에 입국한 1980년 직전, 1979년 12월 31일 일반사면령이 내려졌다. 월남 전 이후 중동, 남미 등에서 단기비자로 와있던 500여명의 동포들이 사면령으로 가족 재결합을 이뤄 한인사회 인구가 갑자기 2-3천명으로 늘었고 호주 경기도 호시절이었다. 

그는 "어쩌다 한국사람을 보면 너무 반가워서 처음 본 사람을 집으로 데려가 식사를 할 정도로 정이 넘쳤다”고 당시 풍경을 회고하면서 "지금은 동포들의 삶이 많이 각박해졌다"며 아쉬워 했다.


Q이민자로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이민 온 기성 세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들이 공부를 열심히해서 의사, 변호사가 되기를 원한다. 물론 그런 전문직에 한인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한경쟁속에서 사람이 사람됨을 잃어버리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자녀들은 학교와 학원 등에서 경쟁을 뚫고 어떻게든 이기는 법을 배운다. 자녀들이 가정에서만이라도 사람다움의 기본 자세를 배워야한다. 집, 자동차, 좋은 학교와 직장… 인생에서 그게 전부가 아니지 않나? ”

그래서인지 은퇴 후 아내와 둘이 남은 집에서 모닝커피를 하는 한적한 시간이 되면 "나는 과연 인간의 영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목회자였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성장위주의 교회사역을 성공한 것으로 생각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런 세상적인 목표에서 벗어나 예수님처럼 끝까지 십자가를 지고가는 길, 정말 인간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목회를 하고 싶다.”

Q이민생활 중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1980년대 내가 시무하던 교회에 맥쿼리대 경제학 교수인 유준학 장로가 있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당시 나이 40대 초반이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주일 날 가장 먼저 나오고 교인들이 떠난 뒤  귀가하는 겸손한 분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아이들이 인사를 안하면 버릇없다며 꾸짖기보다 “내가 먼저 애들에게 인사를 하면 되지”라면서 어른의 솔선수범을 가르쳤다. 피부암으로 40대에 작고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Q한호일보를 포함한 동포 언론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해외에서 한국어 신문의 발행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계 젊은이들이 호주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가 되는 등 사회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해달라. 우리같은 구세대들이 폼잡을 것도 없고 오래 살았다는 것은  계급이 아니다. 또 신문의 인문학적 역할을 기대한다. 책 소개, 독서칼럼, 문화활동 등 인문학적인 내용을 담아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지는 신문이 되어달라. 

홍 목사는 김승희의 ‘그래도’라는 시를 노트에  손수 써온 것을 보여 주었다. “이민생활이 참으로 쉽지않은데 희망가운데서 가능성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낙심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이 시를 권하고 싶다. '그래도'라는 섬은 이 지구상에는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자라는 의미다.”
지난 해 한호일보에서 인문학 강좌를 한 홍 목사는 올해 10월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라는 주제로 동포들을 다시 만날 계획이다.

전소현 기자  rainjsh@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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