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부분의 주/준주에는 부패감독기관이 있다. 반부패독립감독위원회인 NSW의 ICAC(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빅토리아의 IBAC(Independent Broad-based Anti-corruption Commission)가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춘 대표적인 부패 방지 수사 기관이다. 각각 주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지만 정부로부터 일체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 기관이다. 

그러나 연방 단위에서는 아직 이런 기관이 없다. 상당 기간 전부터 신설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노동당은 상원에서 녹색당과 닉제노폰팀(Nick Xenophon Team)의 지지를 받으며 말콤 턴불 정부에게 기구 신설을 촉구해 왔다. 
이와 관련, 자유-국민 연립 정부는 기존의 정부 체제로 충분하며 사안별로 필요시 의회특검(royal commission)을 가동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최근에는 “연방 ICAC 신설안을 검토 중”이라는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말콤 턴불 총리는 “이미 연방 단위에 강력한 제도가 있다. 호주 법집행 청렴 호주위원회(Australian Commission for Law Enforcement Integrity)와 연방경찰이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신설 제안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말해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나비 조이스 부총리는 “신설 기구 없이 상원에서 다양한 위원회를 통해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독립 의회예산국(Parliamentary Budget Office)에 따르면 ‘국립청렴위원회(National Integrity Commission: NIC)’의 예산은 향후 4년 동안 약 5800만 달러로 예상된다. 정부가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기관 수색 및 감시권한 부여, 증인 및 소환을 강제하는 권한, 임기를 보장 받는 독립 기관으로서 연방 정부(공공 분야)의 심각하고 구조적인 부패가 수사 대상일 것이다. 

연방 행정부, 사법부, 연방 정부와 거래를 하는 기업 및 개인이 조사를 받는 대상이다. 위원장과 2인 부위원장 체제이며 의회에서 임명을 한다. 위원장과 위원들은 5년 임기가 보장되고 매년 의회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조사 후 연방 검찰(Department of Public Prosecutions)에 사안을 의뢰해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전 항소심 판사를 지낸 벤 오키스트 오스트레일리안 인스티튜트 대표는 “호주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연방 ICAC가 신설돼 실권을 부여받는 것이 대중의 신뢰 회복에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턴불 정부가 계속 반대해 오다 여론과 당내 일부 의원들의 압력에 밀려 은행권 의회특검(royal commission)을 시행하기로 지난 연말 결정했다. 호주 최대 은행인 코먼웰스은행(CBA)은 잇따른 스캔들로 이미지가 손상됐다. 5만 건 이상의 돈세탁 및 테러자금 조달 금지 규정 위반을 필두로 생명보험사 스캔들, 조직 내 배타적 지배문화 파문에 이어 최근 ASIC(호주증권투자감독원)으로부터 은행간 스왑금리(BBSR) 조작 혐의로 피소됐다. 고객 무시, 수익 창출 우선 관행으로 인한 금융권의 탈법이 이런 지경인데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들이 위법행위 주도자들을 감싸고 돈다면 의원 신분을 빼앗어야 한다. 연방 차원의 반부패사정기관은 호주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빌 쇼튼 연방 야당대표가 이번 주 30일(화) 켄버라의 내셔날프레스클럽 초청 연설에서 “노동당이 2019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집권 1년 안에 연방 단위의 부패감독기관(federal anti-corruption watchdog)인 NIC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NIC가 투명하고 분명하며 공평한 기구가 되기를 원한다. 연방 정부의 신뢰, 책임감, 투명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여야 중 한 쪽은 신설을 공약했으니 턴불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 될 것이다. 은행 의회특검처럼 상당 기간 뜸을 들이다가 수용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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