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 ‘어처구니 없다.’라는 게 무슨 뜻이에요?
T : 음...그건 너무 황당해서 할 말이 없다는 뜻인데, 우선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맷돌’부터 공부해야 할 것 같아. ‘맷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T : 그럼 선생님이 몇 가지 쉬운 걸로 물어볼게. 아주 더운 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니, 엄마가 맛있는 망고 쥬스를 직접 만들어주셨어. 엄마는 망고 쥬스를 어떻게 만드신 걸까?
H : 우리 엄마는 망고랑 물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줘요.
T : 맞아. H가 아주 자세히 본 것 같구나.
D : 그런데 믹서기는 왜 물어보셨어요? 혹시 믹서기가 옛날에는 맷돌이었어요?
T : 비슷해. 하지만 옛날 사람들이 망고를 맷돌에 갈아서 쥬스를 만들어 마시지는 않았어.^^ 맷돌에 갈아서 만든 아주 맛있는 음식은 따로 있었지. 혹시 그 음식이 뭔지 아는 사람?
H : 음...잘 모르겠어요. 힌트를 주세요.
T : 좋아∼!!. 잘 들어봐. 이 음식은 하얗고, 부드럽고, 네모반듯하게 생겼어. 엄마가 된장찌개를 끓일 때 꼭 넣는 음식이지.
H : 두부, 두부요!
T : 맞았어. 그럼 두부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M : 우리 엄마는 그냥 한국마트에서 사는데요.
T : 맞아 맞아.^^ 요즘 사람들은 두부를 더 이상 집에서 만들지 않고, 사서 먹어.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집에서 직접 두부를 만들어 먹었어.
D : 아∼! 그럼 두부를 맷돌로 만드는 거예요?
T : 굿 포인트!^^ 그럼 어떤 재료로 두부를 만드는지 아니?
M : 콩이요. 지난번에 두부 통에 콩 그림 그려진 거 봤어요.
T : 맞아. 그럼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누가 정리해서 말해볼 수 있을까?
H : 콩을 맷돌에 갈아서 두부를 만드는 거예요.
T : 와우, 아주 잘했어. 그럼 이제 선생님이 맷돌의 모양을 사진으로 보여줄게. 맷돌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해줄래?


M : 커다랗고 동그랗게 생긴 돌이 위, 아래 2개 있어요. 위에 있는 돌에는 작은 구멍이 있구요. 그런데 옆에 나무로 된 막대기가 달려있어요.
T : 아주 자세히 잘 봤어. 그런데 그 막대기는 맷돌의 손잡이고, 그 이름이 바로 ‘어처구니’란다.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을 돌려서 콩을 갈 수 없어. 그러니까 맷돌을 돌리는 데 꼭 필요한 게 바로 ‘어처구니’인거야. 
J : 선생님! 그런데 돌이 조금 이상해요.
T : 뭐가 어떻게 이상한 것 같아?
D : 돌에 구멍이 뻥뻥 많이 뚫려 있어요.
T : 우리 J랑 D가 아주 자세하게 잘 봤어. 옛날 사람들은 맷돌을 만들 때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돌로 만들었어. 그 돌의 이름을 ‘현무암’이라고 해. 혹시 한국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갔을 때 제주도에 가본 사람?
M : 저요, 저요! 한라산이랑 올레길에 가봤어요. 똥돼지고기도 먹고, 아빠랑 말도 탔어요.
T : 하하하! 똥돼지고기 맛있었어?^^ 그럼 혹시 제주도에 많이 있는 커다란 돌 할아버지 모양도 봤니?
M : 아∼! 돌하르방이요? 

T : 그렇지. 그 돌하르방이 바로 ‘현무암’이라는 돌로 만든 거야. ‘현무암’은 제주도에 많이 있거든. 못 본 친구들이 많으니까 선생님이 사진을 보여줄게.
J : 그러면 사람들은 왜 맷돌을 만들 때 그 돌을 사용했어요? 제주도까지 멀리 돌을 구하러 가야하잖아요.
T : 와우! J가 좋은 질문을 했어. 현무암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쌀이나 콩 등 곡물을 갈 때, 마찰이 많이 생겨. 그래서 곡물을 더 작은 알갱이로 갈 수 있단다.
H : 그러면 가운데 있는 구멍은 뭐예요?
T : 그 구멍 사이에 물에 오랫동안 불린 콩을 넣고, 어처구니를 잡고 빙글빙글 돌리는 거야. 그러면 하얀 거품과 함께 콩물이 우유처럼 흘러내리지. 그리고 그 콩물을 오랜시간 불에 끓여주고, 물기를 뺀 다음 차갑게 식히면 딱딱한 두부가 되는 거야. 그럼, 옛날엔 누가 가장 많이 두부를 먹었을까?
D : 아이들이요. 우리 엄마는 두부 많이 먹어야 키가 큰다고 했어요.
H : 맞아요. 콩 많이 먹어야지 머리가 좋아진대요.
J : 콩을 많이 먹으면 건강해져요.
T : 맞아^^ 콩은 건강에도 좋고, 머리가 좋아지게 하고, 키도 크게 해주는 음식이야. 하지만 옛날에는 두부가 너무 비싸고 귀한 음식이라 부자들 빼고는 아무나 쉽게 먹을 수 없었어. 그런데 사찰(A Buddhist Temple)의 스님(monk)들은 두부를 아주 많이 먹었단다. 왜 그랬을까?
.........
T :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어.
D : 살아있는 걸 죽이면 안돼요. 개미처럼 작은 벌레도 죽이면 안돼요.
T : 와우! D가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네. 그러니까 스님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서 소나 돼지, 닭을 죽이지 못해, 고기 대신 콩으로 만든 두부를 많이 먹어서 단백질(Protein)을 얻었던 거지. 그래서 옛날에는 두부를 만드는 기술이 가장 뛰어났던 곳이 사찰이었어. 오늘 맷돌을 공부하면서 두부, 현무암, 사찰, 스님 등 정말 많은 걸 배웠네. 앞으로 두부를 먹을 때마다 오늘 배운 내용들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천영미
고교 및 대학 강사(한국) 
전 한국연구재단 소속 개인연구원
현 시드니 시니어 한인 대상 역사/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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