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정에서 피고 또는 원고나 그들의 가족들이 종종 억울한 판결을 받으면 하는 말이 있다. “Justice has not been done/served.” 

이 말은 사법 제도에 의해 적합한 처벌 또는 공평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에서 정의가 반영되지 않은 판결이라는 표현이다. 판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할 경우, 신문에 “Many people do not believe that justice has been served/done in this case.”라고 보도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There is a law for the rich and another for the poor)이 있다.  
한국의 법률소비자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민의 80%가량이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동의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사회의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과 연결되어 있다.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대표적인 근거로 제시된다.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에 대한 한국내 언론의 반응은 좀 심하게 말하면 ‘용비어천가’ 일색이었다. 보수 언론과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경제지들은 환영의 나팔을 불었다. 극소수 진보 언론들만 비판적인 논조로 공격을 했다. 
외신들은 달랐다. 한국에선 수십년에 걸쳐 재벌 임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관행과 ‘삼성 공화국’의 현실이 여전하다고 보도했다. 5일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삼성의 실질적 지도자인 이 부회장이 석방되자 한국인들은 수십년간 싸워왔던 관행을 다시 확인했다”며 “재계 거물이 부패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도 철창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판결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대통령 탄핵 등 지난 2년간 벌어진 특별한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는 신호가 됐다. 여전히 그들은 ‘삼성 공화국’에 살고 있다(They still lived in ‘the Republic of Samsung’)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이 석방 후 발표한 첫번째 결정은 ‘평택 반도체공장 30조 투자’였다. 역시 통 큰 삼성이다. “이런 중요한 결정은 오너 일가인 이 부회장이 내려야 하고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며 석방은 당연한 조치였다는 뉘앙스를 주자는 속셈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 판결을 내린 고법(정형식 재판장)의 판결에서 또 한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글로벌 대기업 삼성의 1인자가 “권력의 ‘겁박’으로 돈을 내놓았다는 해석”이다. 좀 우습다. 권력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돈을 내지 않은 대기업들도 많았는데 한국 최강인 삼성이 저항없이 돈을 냈다면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또 이런 점이 재판에서 외면됐을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5일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양측은 즉각 상고의사를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성명서를 통해 “판결의 명백한 오류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했고, 이 부회장 측 이인재 변호사는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상고심에서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적정했는지 여부만 따져보는 법률심이지만, 이번 사건은 워낙 법리적인 쟁점이 많아 대법원이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 대법원으로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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