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서 중고교를 다녔던 동포들은 교과서에 실렸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울했던 일정 시대인 1936년 작가 이효석은 강원도 두메산골인 평창군을 무대로 역마살이 낀 장돌뱅이 삶의 애환과 육친의 정을 서정적이며 시적인 문체로 그려내었다.

특히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달밤의 산길 묘사는 영상으로 각인되어 오래토록 잊혀지지 않는다.

그곳 평창에서 메밀꽃 대신 눈꽃이 만발하며 메밀을 키우던 밭대기에 올림픽 스타디움이 건조되어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92개국 2,925명의 선수들과 20여 만명의 외국인들이 모여 들어 축제의 한마당을 펼치고 있으니 썰매 타던 그 강가에 대형 스키장이 자리하여 가히 ‘상전벽해’, 즉 뽕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동계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제1회 대회를 개최한 이래 23회째로 평창에서 열려 15개 종목에서 세계 남녀 선수들이 각자 조국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2월 9일 밤 평창 하늘을 수놓은 올림픽 개막식은 세계인들에게 경이롭고 신비한 영상을 선사했다. 고구려 벽화와 한민족의 민화에서 모티브를 받아 제작했다는 상서로운 동물로
숭상 받던 백호, 청룡, 주작, 현무에 이은 인면조, 사슴과 소, 멧돼지들을 형상화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형은 일품이었다.

더구나 기네스 북에 등재를 예약한 소형 무인 항공기인 1218대의 드론이 일제히 150cm 간격을 유지하며 올림픽기와 스노보드 선수를 그려 낸 뒤 태극기로 변하는 정경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드론을 한 사람이 컴퓨터 한대로 모두 조종했다니 IT(정보기술)와 통신 기술의 절정을 보여 주었다.

올림픽 중계방송을 호주 TV 채널 7에서 연일 방영하고 있어 호주인들을 감격케 한 징후는 필자의 이웃 주민들이 ‘코리아 넘버원’이라며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즐거운 인사로 가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호주에 시집 온 새댁과 같은 입장이다. 친정이 잘 되면 며느리가 시가에서 위상이 올라가고 동서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이번 올림픽에 호주 쇼트트랙 선수로 출전한 앤디 정이 교포 2세여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자랑스러웠다.

호주인들은 "코리아"하면 "사우스"와 "노스"의 구별없이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이 핵실험과 로켓트로 인해 세계 최고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코리아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해외 동포들은 거주국 국민의 싸늘한 눈총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 남측 대한민국에서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북한 선수단까지 참여하여 전쟁위험에서 평화를, 분쟁에서 화해를 지향하는 "코리아 이미지"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선물을 우리에게 안겨 주고 있다.

지난 88 올림픽이후 시드니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 올림픽의 후광에 놀랐었다고 당시 전자 제품을 취급했던 Y씨가 술회하기도 했다.
세계 4대 메이저 체전인 하계 올림픽, 동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치른 나라는 세계 5개 국가 뿐인데 코리아가 당당히 이 반열에 올랐다.

이런 쾌거는 해외 동포들에게 긍지와 자긍심을 심어 준다. 이제 코리언을 향한 호주인들의 반응의 방향이 냉정에서 온정으로, 비호감에서 호감으로, 경시에서 경이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일등 국민의 생활 3대 수칙인 친절, 청결, 공중도덕 지키기를
항상 유념하면서 실천하는 호주 한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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