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슨 장관과 설전.. 당내 파워 게임 양상?
중산층 지지 확보로 당권 재도전 준비 모색 

지난 20일 토니 애봇 전 총리가 호주의 연간 순 유입 이민자를 19만 명에서 11만 명으로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봇은 20일 시드니연구소(Sydney Institute)에서 말콤 턴불 총리가 이민 유입 감축안을 차기 연방 총선 공약으로 내세울 것을 요구했다.

애봇의 이런 발언에 대해 21일 스콧 모리슨 재무장관은 “애봇 전 총리의 주장은 쓰레기”라고 발끈하며 “애봇이 제기한 사회경제적 문제는 이민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공격했다.

자유당내의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이민 현안과는 별개로 당내 중진들의 파워게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턴불 지지율 답보, 중진들 차기 겨냥 ‘물밑 힘겨루기’
애봇은 시드니연구소 연설에서 이민자 삭감이 임금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을 도울 것이라며 “노동력 공급 증가가 임금을 하락시키고 주택 수요 증가가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것은 기본적인 경제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적어도 사회기반시설과 주택 물량 및 사회 통합이 보다 개선될 때까지 우리는 전체 이민자를 대폭 낮춰야 한다.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는 원칙적이고, 실질적이며, 인기 있는 정책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애봇의 이런 주장에 모리슨 장관은 바로 다음 날인 21일 “연간 순유입 이민자 감축이 연방 예산에 상당한 손실을 가져오며 애봇이 제기한 사회경제적 문제는 이민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실질적인 문제는 임금이 정체되고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 사람들이 다른 것들을 이유로 비난한다는 것”이라며 “지난 4-5년간 이민 유입에 의한 경제 성장이 없었다면 더 많은 국민이 궁핍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또 다른 당내 중진인 피터 더튼 내무장관도 “우리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믿는 선으로 이민 유입이 감축될 수 있다”고 밝히며 논쟁에 가세했다.

애봇의 이민 쿼터 감축 제안은 ‘치밀한 정치 계산’ 
자유당 내 이같은 이민쿼터 논쟁은 표면적으로는 정책갈등으로 비치지만, 그 속내는 자유당내 당권 재도전을 노리는 애봇과 다음 총리를 노리는 모리슨 장관과의 당내 주도권 싸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애봇의 이번 발언은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의 고참 기자인 피터 하쳐 정치부장은 “애봇의 이번 발언은 보통 1월을 지나 2월에 정치공방이 깊어지는 ‘여름철 효과(summer break)’로 보기에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며 “유권자 반응을 계산한 정치 셈법이 깔렸다”고 밝혔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지만 애봇이 이민 쿼터 제안을 발언한 20일은 턴불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출발 하루 전이다. 즉, 정상회담 준비로 분주한 턴불 총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애봇은 저조한 자유당 지지율을 기반으로 강한 개혁안을 쏟아내며 주택가격 급등과 임금 상승 저조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을 호소하는, 유권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호주 중산층의 불안심리를 공략하며 턴불 정권의 실정을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관련 최근 뉴스폴 여론조사에서도 턴불 총리에 대한 총리 선호도와 연립에 대한 1차 지지율, 양당 구도 하의 지지율 모두 2주 전 보다 하락했다.

턴불 총리의 연방 총리 선호도도 2주 전보다 5% 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했다. 빌 쇼튼 야당대표의 총리 선호도는 2% 상승한 33%를 기록하면서 여야 대표의 선호도 격차가 7%로 좁혀졌다.

‘포스트 턴불’은 애봇 아니면 누구?
자유당내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호주 경제에 대한 침체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자, 이제 정치권에서도 자연스럽게 ‘턴불 이후(Post Tunbull)’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군에는 모리슨 재무, 줄리 비숍 외교 겸 자유당 부대표, 피터 더튼 내무장관이 포함된다. 여기에 애봇 전 총리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자유당에서는 존 하워드 전 총리, 제프 케넷 전 빅토리아 주총리, 콜린 바넷 현 서호주 주총리 등 정치 리더들이 모두 당권 상실 후 재도전해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애봇 전 총리다. 

이와 관련 애봇 전 총리는 턴불 총리의 정상회담 하루 전인 22일 라디오 방송 2GB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선거에서 자유당이 이기기를 원한다면 분명한 정책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상태에서 자유당 승리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즉, 턴불의 자유당 체제로는 안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겉으로는 이민 쿼터를 비난했지만 애봇의 속내는 자유당 당권에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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