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무술년 개 띠 해이다. 많은 동물 가운데서도 사람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가는 짐승이 바로 개일 것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개는 매우 영민해서 주인을 알아보며 재롱도 잘 떤다. 고대 중국에서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오거나 회자되는 용이나 뱀 등의 열두 동물들을 그 때 그 때의 해에 배대(配對)해서 재미로 풀어보는 역학(易學)에 따르면 개해년에 출생하는 이들은 손재주 등의 예능에 관심이 많고 모가 나지 않는 성격으로 화합을 잘 이루어 나가는 성향이 짙다고 하였다. 인간의 삶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생존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여러 가지의 재미있는 얘기 중의 한 부분일 것이다. 

며칠 전 한국에서 애완견에 대해서 깊숙하게 알고 있는 지인이 사찰을 방문해서 개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금 한국에서는 개 팔자가 상당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전에 한국의 재래종만 키울 때는 그저 만만한게 개였다. 죽도 제대로 얻어 먹지 못하다 보니 쥐약을 먹은 쥐를 먹고 죽는 개도 가끔 있을 정도로 배고픔에 시달렸다. 때가 되어 식사를 준비하러 나온 안주인에게 아양을 떨며 먹을 것을 좀 달라고 발 끝에 매달려 보지만 돌아오는 건 부짓갱이로 얻어 맞는 것뿐이었다. 소한 대한이 다가오면 마루 밑에서 지내다가 너무 추워서 온기가 조금 있는 아궁이 속에서 자다가 그냥 불을 지펴 버려서 털이 반 쯤은 타고 연기를 마셔서 비실비실하며 돌아 다니는 동네 개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 만큼 천대받던 개들이 이제는 천사처럼 되었다. 

그러한 신분 상승에 힘입어 호칭도 애완견(愛玩犬)으로 승격이 되더니 이제는 반려견(伴侶犬)으로 불러야 무식을 면한다고 했다. 애완은 사랑스러워서 데리고 논다는 뜻으로 사람들의 장난거리나 소유물적 표현이기에 크게 실례되어 반려하는 동격으로 불러서 차별심을 없애야 된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쓴다고 하였다. 그러지 않고 옛날처럼 개를 함부로 다루거나 해꼬지를 하게 되면 동물 보호법에 저촉되어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물도록 되어있다. 

그런 등등의 새로운 법령이 3월25일부터 시행이 된다는데 문제는 그로부터 발생하고 있단다. 그 중에서도 전문적으로 애완견을 사육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개체수만 기르도록 하게 하면서 신고 제도로 법제화해서 개를 함부로 버리거나 학대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 한다. 갑작스러운 그런 저런 문제로 인해서 그 방면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이 농림수산부에 많은 건의도 하고 시위도 해보지만 동물 보호 단체의 힘이 워낙 막강해서 당해낼 수가 없다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로 인해서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반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서 실업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사료 등의 판매량도 급감해서 생계에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였다. 

특히 대전에 있는 전국 최대의 애완견 경매장에는 개 값이 너무 떨어졌는데도 사가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는데 개를 살해하는 독극물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 집에서는 70 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하니 서글픈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 무슨 일이건 너무 이상론에 집착해서 현실적 이해를 소홀히 하거나 자신들이 하는 일이 가장 잘 하고 있을 것이란 자기도취적 사고는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킴과 동시에 개인적 망신을 당할 수가 있으니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구 한말 범어사에 보륜(寶輪)이라는 강사 승려가 있었다. 그는 불경에 매우 밝은 뿐만 아니라 유교, 도교 등 한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 어느 해 삼복 무렵 밀양에 가는 길에 워낙 더워서 냇가 근처에 있는 큰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쉬게 되었다. 때 마침 그 아래 물가에서는 개고기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비가 보륜 스님과 함께 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는 승려가 천민으로 대접 받던 시대라서 특히 유교 선비들은 승려들만 만나면 놀리는 것이 다 반사였다. 

“어이 늙은 중아, 자네도 개고기 먹을 줄을 아는가?” 

“허허 그려 이 쫌팽이 양반아! 그렇게도 개고기를 좋아하면 개에게도 오륜(五倫)이 있는데 그거라도 알고 개고기를 먹는가?” 

“이 무식한 중봐라 뭐 개에게도 오륜이 있다고…” 선비는 대꼬바리를 땅에다 탁탁치며 눈을 힐끔거리며 비아냥 거렸다. 

“개의 오륜이나 배우고 나서 개고기를 드시오”

불폐기주(不吠其主: 주인을 보고 짖지 않으니)하니 *군신유의(君臣有義)요 

색동기부(色同其父: 털색이 그 애비를 닮으니)하니 *부자유친(父子有親)이요 

교미유시(交尾有時: 교미는 필요할 때만 하니)하니 *부부유별(夫婦有別)이요 

소불응대(少不應大: 작은 개는 큰 개에게 달려들지 않으니)하니 *장유유서(長幼有序)요 

일폐군응(一吠群應:한 마리가 짖으면 동네 개가 다 짖으니)하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

(*는 유교의 기본이 되는 도덕지침인 삼강오륜(三綱五倫) 중 오륜에 해당함.)
“개의 오륜도 모르면서 개고기만 좋아하는 이 개 할배야!” 

무식한 줄만 알고 놀려 주었던 그 승려가 자기도 모르는 개 오륜을 재미나는 문구를 응용해서 읊조리는 모습을 본 그는 조금 미안하기도 머쓱하기도 하였다. 

“허허 그래도 촌수 높은 것을 좋아하는 걸 보니 얼간이 선비는 아니네” 

이 말을 끝내자 마자 보륜은 걸망을 쟆싸게 짊어지고 도망을 쳤다. 개 할배라는 호칭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니 큰 욕을 들은 자신이었다. 그제서야 저 중 놈 잡으라고 소릴 쳤으나 그는 저 만큼 달아나서 산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자기만이 제일인 양 함부로 떠들며 상대를 앝잡아 보는 사람들이다. 사람의 인격을 개만도 못하게 여기면서 악의적 감정으로 처리하는 사악한 사람들은 무술년 개 해를 맞이해서 매우 신중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개 팔자의 상승은 전통적인 족보의 한결같은 유지가 관건이라고 한다. 우리 한인들은 자신들의 족보를 내 버린지 이미 오래 되었다. 다소의 흠결은 있더라도 그 모두는 우리 후손들이 함께 안고 가야할 우리 선조들의 아름다운 숨결이며 생명부지의 현장이었다. 개 해에 생각해 본 개 팔자와 사람 팔자의 상승과 하강의 변곡점, 개의 값어치는 족보의 보존이라면 인간의 인격됨의 바로미터는 어디에 두는 게 좋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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