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도전: 성공적인 호주 다문화주의를 유지하며(The Integration Challenge: Maintaining successful Australian multiculturalism)’. 

알란 텃지 시민권 및 다문화부 장관은 7일 시드니의 멘지스연구소(Menzies Research Centre)에서 위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연설을 통해 연방 정부가 올해 시민권법을 다시 의회에 상정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또 소수민족 고립 현상(ethnic enclaves)이 심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정부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시민권법 개정안은 노동당, 녹색당, 닉제노폰팀의 반대로 상원에서 부결됐다. 영어 시험 기준이 너무 높았고 시민권 대기기간도 4년으로 무리하게 연장됐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비영어권 소수민족 커뮤니티들은 “시민권자가 되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비생산적(counter-productive)”이라는 논리로 개정 시민권법에 반대했다. 또 “영어 구사력은 통합에 중요하지만 새 이민자들은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고용과 교육을 통해 호주 사회에 통합하는 정책을 강력 지지한다. 모두를 포용하는 공평하고 인도주의적 사회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안 부결 후 이민부를 관장하는 피터 더튼 내무장관은 영어시험 기준을 IELTS 6등급(Band 6)에서 5등급으로 한 단계 낮출 것이라면서 야당에게 시민권법 개정안 상원 통과를 요구했다. 

텃지 장관은 7일 연설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강조했다. 그 중 핵심 메시지는 이민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English capability) 강화다. 2016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16년 1-8월에 도착한 이민자들 중 24%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하거나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06년, 2011년 인구조사 때의 결과인 18%, 19%보다 5~6% 높다. 이는 최근 이민자일수록 영어 구사력이 부족한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다, 시드니 한인 커뮤니티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과거 학사 또는 석사 과정의 유학생들 중 영어는 기본이었다. 그러나 요즘 대학 과정의 유학생들은 깜짝 놀랄만큼 영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영어권인 호주에 그것도 대학과정에 유학와서 영어 과외를 받아야 한다면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를 일이다.
  
영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좋은 일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경제학자 피터 맥도널드 교수(멜번대)는 “영어 구사 능력이 탁월한 이민자들은 호주 도착 18개월 후 취업 확률이 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이민자들보다 3.7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어 구사력 부족은 새 이민자들의 취업 기회는 물론 사회적 응집(social cohesion)을 방해한다. 일상적 대화는 사회생활에서 매우 편리한 수단이며 일반 정치 대화의 토대가 된다. 투표가 의무인 호주에서 더욱 그렇다. 

텃지 장관은 시민권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다문화주의가 계속 발전하려면 정부의 정책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의 다문화주의는 그동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이민자들의 호주 사회 통합이 과거보다 잘 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 이민자들의 보다 넓은 (주류) 사회와 통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호주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맞는 지적이다. 

텃지 장관은 이민자들의 호주 통합 실패 사례로 “일부 무슬림 커뮤니티 안에서 호주의 민주주의적 가치관과 제도에 대한 극단적 거부감과 선입견 때문에 무슬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상당히 크다”고 인용했다. 영어 능력 부족은 인도주의적 항목의 이민자들의 매우 낮은  취업률을 지적했다. 인도주의항목 이민자들 중 17%만이 호주 도착 18개월 후 직장을 가졌다. 나머지는 정부 복지수당에 의존하면서 호주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문제에 대처하고 향후 수십년동안 성공적인 호주의 다문화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호주 정부는 이민자들의 영어 습득을 강조하고 호주 사회에 융합하도록 적극 권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종교의 자유, 성별 동등성, 법규 준수 등 호주 가치관(Australian values)에 대한 기여를 분명히 하고 평가할 계획이다. 안보(테러 예방) 측면에서 영주권 및 시민권 취득 전 신원 조회를 강화한다. 이런 점을 새 시민권법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어 텃지 장관은 “호주인들이 통합하고 싶은 장소로서 국가와 지역사회에 대해 토론하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호주에 대한 폄하를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인들은 계속적으로 새 이민자들을 환영하고 새 이민자들은 지역사회에 통합(integrate)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합에 가장 빠른 길은 영어를 배우고 직장을 갖는 것이다. 융합에 가장 좋은 장소는 직장이다." 
“호주의 다문화주의는 그동안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과거에 성공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동적으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종차별의 잔재를 없애며 이민자들이 융합하도록 도와야 하고 이민의 기준을 높여야한다. 이민자들은 권리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With rights come responsibilities.)” 텃지 장관이 이 연설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알맹이는 어쩌면 이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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