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또는 서비스의 수출시 수출국에 현지법인이나 연락소가 없을 경우 부득이 제3자를 통한 거래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서 제3자란 에이전트(agent) 또는 현지 유통업자(distributor)를 지칭하는데 대부분의 수출 중소기업들(또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해당 수출국에 처음 진출하거나 비용면에서 우월할 경우)이 에이전트나 현지 유통업자를 많이 이용합니다. 

에이전트와 현지 유통업자는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크게 제품의 소유권(title)이 누구에게 있는지와 제조사(또는 수출자)가 이들에게 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는지가 다릅니다. 즉, 에이전트는 제조사를 대리해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수출국에 판매/공급하는 것을 도와주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거래 성사시 소정의 커미션(commission)을 제조사로부터 받습니다. 따라서, 거래 성사 후 해당 제품의 배송이나 결제, 사후보증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반해 현지 유통업자는 제조사로부터 실제 제품을 구입해서 자신의 비용과 마진을 더한 금액으로 현지에서 유통시키거나 직접 판매를 진행합니다. 현지에서의 마케팅, 고객관리, 제품 보증 서비스 등을 현지 유통업자가 수행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또는 현지 유통업자와 거래시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예를 들어, 에이전트를 통할 경우 제조사는 제품의 가격이나 브랜드, 마케팅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반면, 에이전트가 거래 성사 과정에서 자칫 책임지지도 못할 ‘공수표’를 남발하면 이후 그 책임은 제조사가 고스란히 져야 할 경우도 생깁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에이전트가 소규모 조직이거나 나홀로 에이전트가 많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많은 지원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한편 현지 유통업자 이용시 장단점은 에이전트 이용시의 장단점과 정반대인데, 가장 큰 단점은 현지 유통업자도 이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현지에서의 물류, 유통, 영업 비용 등을 감안해서 제조사에게 공급 가격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장 진출 초기 최소 마진만 남기고 공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현지 유통업자가 많은 종류의 제품을 취급하는 규모를 갖춘 도매상이라면 다른 제품도 함께 유통시키기 때문에 내 제품에 대한 집중도 또는 충성심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에이전트나 현지 유통업자를 선택시 확인해야 할 점들은 수출국에 대한 지식, 관련 업무 경험, 활용 가능한 리소스, 잠재 바이어 보유 유무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 전에는 반드시 신용 조사를 수행해서 상대가 실제 등록되지 않은 유령 회사는 아닌지, 파산한 경험이 있는지 또는 개인인지 회사인지 등도 체크해야 합니다. 

에이전트 또는 현지 유통업자와의 계약시 가장 민감한 조항 중 하나는 수출 국가에 독점적 판매권을 부여하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에이전트에게 덜컥 독점권을 주었다가 판매에 열성적이지 않거나 실적이 안 좋을 경우 난감할 수 있고, 엎친데 덥친 격으로 현지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현지 유통업자가 접촉해 오면 섣불리 기존 업체에 독점권을 준 것을 후회할 것입니다. 

반대로 에이전트나 현지 유통업자 입장에서는 초기 시장 개척을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독점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같은 제품의 판매를 두고 다른 업체야 경쟁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고, 만일 제조사가 직접 판매를 시도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독점권을 부여할 경우 권리의 범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은데, 독점 대상인 지역을 한정하고 물품의 종류, 판매 대상 등을 특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독점권 부여시 기간을 너무 길게 잡지 않고 최소 판매 목표액을 부여하여 목표 미달성시 독점권을 비독점권으로 전환하거나 계약을 해지하는 조항을 삽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 계약서 안에는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 가격, 수량, 결제 조건, 배송 방법, 품질 검사, 보증, 계약의 기한 (연장 여부), 계약의 해지 사유, 상표권 사용관련 라이센스 등을 상세히 규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분쟁 발생시를 대비하여 준거법과 재판 관할권을 포함시켜야 합니다. 한편, 계약의 당사자가 회사일 경우 그 회사의 대표자 또는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자만이 서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간혹, 한국에 있는 회사 중에는 해외영업팀의 과장 또는 부장의 직급을 가진 부서 담당자가 회사를 대신해서 서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이 회사 대표로부터 적절한 권한 위임을 받지 않는 한 계약의 유효성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또는 한국에서 호주로 수입하는 사업을 하는 분들은 반드시 취급하는 물품/서비스에 맞게 적절히 작성된 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을 진행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처음에는 좋은 관계로 시작되었다가 나중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도 잃고 사람도 잃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또는 현지 유통업자와의 계약은 제품별, 국가별, 수출자 또는 에이전트, 현지 유통업자의 리소스, 브랜드 파워, 시장 경쟁력 등 각각의 처한 환경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법률대리인의 조언을 받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기존에 계약서를 갖고 있다고 해도 너무 오래되었거나 거래 관계에 변화가 있을 경우 업데이트하는 것이 좋습니다. 


면책공고: 본 컬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문의: H & H Lawyers Email: Noel.Kim@hhlaw.com.au Phone: +61 2 923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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