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큰 뉴스가 많은 때도 드문 것 같다. 매일 경쟁이라도 하듯 예상치 못한 사건과 비밀이 드러나고 그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시비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여 검사의 검찰 내의 성추행에 대한 폭로로 시작된 한국의 ‘미투 운동’은 연극 영화, 문학 등 예술 문화계를 넘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앞으로 어디로 그 불똥이 번져갈지 그 범위를 예측하기 어렵다.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며 “자고 일어나면 한 놈씩 걸려 나오네..” 하는 아내의 혼잣말은 마치 밤새 처 놓은 그물에 대어가 걸려 구경꾼과 어물전 상인들로 붐비는 아침 부둣가를 생각나게 한다. 언론은 연일 특종을 잡아 올리는 어획고의 전성 시대를 향유하고 있다. 

기자 회견을 자청한 연극계 대부는 기자 회견마저도 연출을 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아무리 잘못했다고 수없이 고개를 숙여도 진정성이 와 닿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등을 돌린다. 오히려 내부에서 더 많은 제보가 이어지며 사과를 할수록 여론은 불리해진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매해 이름을 올리던 존경 받던 노 시인은 교과서에서도 이름이 사라지고 국가에서 마련한 작품 공간도 폐쇄되는 여론의 힘을 경험했다. 

언론과 SNS의 질타를 받으며 TV에서 친숙한 배우들이 줄줄이 평생을 자숙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하며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심지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며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인권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검찰에 자진 출두한 거물 정치인은 도지사를 사퇴했을 뿐 아니라 대권주자로 두각을 나타내던 모든 정치적 야망을 내려 놓게 되었다. 이곳저곳에서 고개 숙이고 두 손을 모은 초췌해진 화려했던 인생들의 사죄와 사퇴의 변이 날마다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을 채운다. 

군중의 힘은 무섭다. 여론은 최고 권좌의 대통령을 탄핵하고 전직 대통령을 검찰의 포토라인에 세우고 밤새 죄를 추문하고 소명해야 하는 피의자로 전락시켰다. 카메라 앞에 선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송구하다, 면목없다, 죄송하다는 사죄의 변을 국민들에게 남겼다. 듣는 국민의 마음도 여간 무겁지 않다. 그들이 바로 내가 뽑은 우리의 대통령이었으며 우리들의 자존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바로 나의 얼굴이기도 하고 나의 내면의 숨겨진 죄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여론에 끌려 나온 이들의 모습은 마치 몰려든 군중 앞에 붙잡혀 나온 성경 속의 간음한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 여인은 어느 남성과 간음을 하는 현장에서 잡혔다. 아마도 동네에 가까이 살던 이웃집의 제보로 잡혔을 것이다. 팔이든 발이든 머리든 잡히는 대로 끌려 나온 여인은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시대의 당연한 체벌대로 사람들이 돌을 들어 치려고 몰려 들었다. 이때 예수는 그들을 향하여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하였다. 그러자 양심의 가책을 느낀 군중은 한 두 명씩 사라지고 나중에 여인과 예수만 남게 되었다. 예수는 “너를 정죄하던 자들이 어디 갔느냐?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니 다시 죄 짓지 말라”고 말했다. 두려워 떨던 여인에게 군중이 사라진 걸 확인해 안심시키고, 사람들은 정죄하려고 했지만 나는 너에게 죄로 정하지 않겠다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예수에게 끌려 나올 때까지 이 여인은 절망과 두려움의 순간을 보냈다. 알고 지내던 이웃의 제보는 끌려 가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씁쓸하게 했을 것이다. 개처럼 끌려와 내팽개쳐지며 자존감의 상실을 경험 했을 것이다. 군중 가운데 내 편을 찾아 볼 수 없는 절망을 겪었을 것이다. 죽음 앞에 무능력한 절망과 소망이 없는 절대 두려움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진정 내 죄를 사해 줄 수 있는 분이 누구인지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어려움이 다가올 때 진정한 친구를 찾아 보기 어려운 세상이다. 욥은 고난의 때에 정답같이 내 놓은 친구들의 영혼 없는 조언에 위로 받을 수 없었다. 어제 검찰에 불려간 전직 대통령은 등을 돌린 측근들의 진술로 인해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우린 때로 고난을 겪으며, 진정 내 편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된다. 성경은 세상의 삶의 원리를 알려 준다. 당연히 정죄할 만 하지만 나는 죄 없는 지 돌아 보라는 교훈이 담겼다. 예수 앞에 나가면 이 척박한 세상 가운데, 그 만이 진정한 내 편인 것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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