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전 필자가 서울의 한 로펌에서 근무하던 시절, 울산에서 서울로 상담을 위해 방문한 한 발명자의 특허 상담을 도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이 발명가는 굉장한 발명을 했다며 매우 들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석을 이용해 무한정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치라고 했습니다. 이 분이 설명한 이 장치의 구조는 수십개의 원반형 자석들을 서로 교차되게 연결해서 각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 마주보는 위치에 갈 때마다 발생하는 척력 (서로 미는 힘)을 이용해 회전축을 돌리고 이 회전축 끝에 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장치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자석 중 하나만 슬쩍 손으로 돌려주면 나머지는 자석들끼리의 척력에 의해 계속해서 회전축이 돌아가기 때문에 최초 자석 설치 및 기계 비용만 투자하면 영원히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였습니다. 이 장치가 상용화되면 인류가 더 이상 화력이나 수력, 또는 원자력 발전소들에 의존할 필요가 없이 친환경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발명가는 하루 빨리 한국 및 전세계에 특허를 등록해서 독점권을 얻고자 했습니다. 

일생일대의 대단한 발명을 해냈다고 들떠있는 이 발명가의 사기를 꺾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결론적으로 특허법상 이런 발명은 특허로 등록되기 어렵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데 꽤 애를 먹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 및 호주의 특허법상 자연법칙에 위배되고 유용성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는 발명은 특허 등록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외부의 추가 에너지 유입이 없는 영구 무한동력 장치는 에너지보존 법칙에 위반되고 또 마찰력이나 기구 마모에 따라 실제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즉, 어느정도 이 장치가 작동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멈추거나 성능이 저하될 것이고 부품 교체 및 수리비용 그리고 작동 간 발생하는 열손실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얻을 수 있는 전기의 양이 전통적인 발전 시스템에 비추어 효율성이 떨어질 것입니다. 

울산에서 온 이 발명가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시 돈으로 오천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들여 본인의 발명대로 자석을 특수 제작해 실제 시제품까지 만들었고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특허 출원까지 했지만 결국 특허청에서 등록을 거절당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 한국에서 유사한 사례로 특허 등록을 거절당하고 특허청을 상대로 소송했다가 패소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 특허법원 사건(2017허943)은 무게가 있는 중량추의 위치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해 동력을 얻는다는 발명인데, 법원은 구성 부속품간 마찰 등에 따른 에너지 손실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관계로 추가 에너지 공급 없는 무한 동력 장치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영구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비단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호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한 예로 2011년Salvator Spataro라는 사람이 호주특허청에 출원한 “Perpetual Productive Motion Device” (후에 “Energy Generation Device”로 명칭 변경)가 있었습니다. 이 출원인은 물체가 자유 낙하할 때 생기는 힘과 액체가 물체를 중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띄어 올리는 부력을 이용했습니다. 

이 발명의 명세서에 따르면 두 개의 튜브 (tube)를 수직으로 세워 하단을 연결시키고 한쪽 튜브에만 물을 저장한 후 질량이 작은 컨테이너를 속이 빈 튜브 위에서 자유 낙하시키면, 이 컨테이너가 바닥에 떨어진 후 물이 저장된 튜브 속을 통과해 다시 떠오르게 만든 것입니다. 물 위로 떠오른 컨테이너는 최고점에서 이르러 다시 다른 쪽 튜브로 이동, 낙하하게 되어 끊임없이 튜브 내를 끊임없이 순환하게 되므로 이 튜브 한쪽에 휠 (wheel)을 연결해 발전기를 돌리면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언뜻 보면 그럴듯 한데 이 출원인도 간과한 부분이 기구의 동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손실과 마찰력입니다. 이런 변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외부에서의 추가 에너지 투입 없이 영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특허출원을 심사한 심사관도 명세서에 기재된 내용을 토대로 실시를 하더라도 원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며 거절 의견을 냈는데, 출원인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명세서를 보정하는 동시에 일반특허(standard patent)에서 실용특허(innovation patent)로 변경출원하는 방법으로 형식적 등록 상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호주의 실용특허 제도는 방식 요건만 갖추면 우선 등록증을 발급해주는 특허입니다.  

호주에서는 Intellectual Property Laws Amendment (Raising the Bar) Act 2012가 제정되기 전까지는 이런 류의 발명에 대해 특허등록을 거절할 만한 딱 맞아 떨어지는 법률 조항이 없었습니다. 궁여지책으로 Statute of Monopolies 1624 라는 잉글랜드의 오래된 법률에서 정의한 발명의 개념 (manner of manufacture)에 위배됨을 이유로 이런 류의 특허등록을 거절해왔는데, 이 Raising the Bar Bill 이후 이제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영구 무한동력 장치의 특허 등록을 유용성 (usefulness)을 근거로 거절할 수 있는 명문화된 법률 근거가 생긴 셈입니다. 

에너지와 관련된 이슈는 전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분야의 발명이 활발해 지는 것은 어쩌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언젠가 기존의 자연법칙을 뒤집는 새로운 자연법칙이 발견되어 영구 무한동력 장치가 현실화된다면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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