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대기업 법인세 인하안(Enterprise Tax Plan Bill)이 상원 통과에 필요한 과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회 상정이 5월로 연기됐다.

연매출 5000만 달러 미만 중소기업 대상 법인세 인하안을 지난해 통과시킨 정부는 연매출 5000만 달러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도 인하하는 법안을 밀어붙였지만 무소속 상원의원 2명 설득에 실패해 체면을 구겼다.

이로써 정부의 2016년 연방총선 핵심 경제 공약인 법인세 30%에서 25%로 10년간 단계적 인하안은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안이 기업 투자 진작, 근로자 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성장과 미래 번영에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내년 총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자 단체들도 정부 입장을 지지하며 법인세 인하안 의결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과 녹색당은 대기업 법인세 인하 절대 불가를 못박고 있다. 심지어 노동당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면 대기업 법인세 인하안 폐기는 물론,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안 기준도 50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낮출 것을 고려하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 법인세 인하안에 대한 반대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법인세 인하 효과에 대한 의문이다.

경제학자인 앤드류 레이 노동당 의원은 호주의 수익 창출 기업 1000개를 비교 분석한 그의 최신 보고서에서 유효 법인세 25% 미만 납부 기업들은 일자리가 연간 0.07-1.2% 감소하는 반면, 25% 이상 납부 기업들은 일자리가 연간 1.9-2.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기업 법인세를 인하하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과 상반된다. 대신 법인세 인하가 대기업 임직원들의 ‘돈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또 하나는 법인세 인하가 조세정의에 부합하느냐는 의문이다. 호주의 자선복지단체들은 정부의 법인세 인하가 빈곤선 이하 생활에 시달리는 약 300만명 국민을 무시한 비양심적인 처사라고 비난했다.

정부의 법인세 인하안이 10년간 야기할 세수 손실액은 중소기업 대상 법인세 300억 달러, 대기업 대상 법인세 356억 달러 등 총 656억 달러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 손실액 충당 방안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법인세가 인하되면 다음은 개인 소득세 인하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엄청난 예산 적자액은 어떤 식으로든 보전돼야 한다. 정부가 2020년 예산 흑자 달성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추가 세수 확보나 기존 세출 삭감일 것이다.

저소득층을 쥐어짜서 고소득층에게 선심쓴 현 연립 정부의 기조와 행보를 감안하면 복지예산 추가 삭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빈부 격차 확대와 사회 불균형 악화에 반발하는 민심에 역행하는 처사이다. 사회 안전망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법인세 인하안에 집착하는 턴불 정부는 이런 두가지 의문에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 법인세 인하안도 무산되고 정권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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