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회복지단체의 한인 가족문제 상담에서 가정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이며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알리지 못한 가정폭력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부부만이 아닌 자녀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회문제이다. 자칫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감행한 호주 이민이 가정 해체란 악몽으로 끝날 수도 있다.

특히 호주에서 가정폭력은 상대방에 대한 육체적 공격은 물론 성폭력과 언어적 정서적 재정적 가혹행위도 해당된다. 부부가 악감정에 치우쳐 함부로 대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가정 폭력범의 꼬리표를 달 수 있다.

가정폭력도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인간 자체나 환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성장하면서 폭력성이 내재된 사람이 있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행사하며 폭력성은 쉽게 고쳐지기 어렵다. 가정폭력 후 죄의식에 용서를 빌지만 돌아서면 다시 폭력을 반복한다.

대표적인 환경적 요인은 고립무원의 이민생활에서 직면하는 경제난을 꼽을 수 있다. ‘가난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행복이 대문으로 도망간다’는 속담이 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호주사회에서 가족을 부양할만한 변변한 직장인이 되거나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민자의 언어 한계로 인한 취업 장애는 가정불화의 불씨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전문직과 상류층 생활 대신 호주에서 3D업종과 하류층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학생, 워홀러 등 임시 체류자가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배우자와 결혼함으로 인한 신분상의 차이도 가정폭력을 부추기는 씨앗이다. 부부 중 한쪽이 상대의 신분상 약점을 이용해 지속적인 협박과 폭행을 행사한 사례들이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부장적 유교문화에 길들여졌거나, 피해자와 화해하거나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면 처벌을 받지 않거나 형량이 경감되는 한국의 온정적인 사법 제도에 익숙한 한인들도 가정폭력 불감증이 있을 수 있다.

호주 한인들이 가정폭력을 저질러 전과자의 굴레로 추락할 가능성이 큰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가정폭력에 대한 호주 법규는 한국보다 훨씬 엄중하다. 그만큼 사전 예방과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가정폭력 피해자가 참지 말고 단호히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미온적인 대응은 시간만 허비하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며, 한번 시작된 폭력은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 상담, 경찰 신고 등 철저한 대응으로 발본색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 신고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의 손에 넘어가면 재판 등 당사자들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돼 부부 이혼은 물론 가정이 풍비박산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가정폭력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할 복잡한 사안이다. 이민생활의 근간은 가정이고, 가정의 뿌리는 부부다. 부부 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 양보와 배려를 바탕으로 이민환경에 유연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혜롭게 대처할 때 가정폭력은 예방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