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학생의 5%가 성폭행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드러나 ‘공부하기에 안전한 호주’의 평판이 훼손되고 있다.
유학산업은 180억 달러 경제 유발 효과가 있는 호주의 세번째 큰 수출산업이며, 2월 현재 약 54만2000명의 유학생이 등록돼 있다.

알자지라방송이 4월 말 방송한 ‘호주: 캠퍼스 성폭행’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발표된 호주인권위원회(AHRC)의 대학생 성폭행 실태 조사 결과를 배경으로 유학생들의 피해 사례를 추적하고 있다.
이 방송은 호주국립대(ANU)에 재학 중인 한 중국계 여대생이 캠퍼스 내 기숙사에서 쉐어생 친구인 호주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실망스런 반응에 고소를 포기한 사연을 전했다. 경찰은 이 여대생에게 “다음 번에는 조심하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이 여대생은 기숙사 방을 바꾸었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성폭행범 남학생과 길거리에서 가끔 마추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해있다. 

호주인권위원회가 지난해 호주의 39개 대학 재학생 3만9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5-2016년 유학생의 20%가 대학 주변에서 성희롱을 경험했으며 약 5%는 성폭행을 당했다. 성희롱 경험자의 94%와 성폭행 경험자의 84%는 공식적인 불만 제기나 신고를 하지 않았다. 유학생 성폭행 피해자의 33%는 어디에 신고해야 할지 잘 몰랐다.

호주대학에서 5년간 성추행 불만 신고 575건 중 6건만 가해 대학생을 퇴교 조치했고 나머지는 40달러 벌금, 상담, 경고 등의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유학생들은 비자 취소와 추방의 두려움, 영어 구사력 장벽, 법의학적 생소함 등을 이유로 성폭행 피해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기대 속에 낯선 이국 땅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유학생들이 당하는 성폭행 피해의 충격과 후유증은 엄청날 것이다.

이런 유학생 피해자에게 경찰이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그 가해자는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이 호주의 현실이라면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한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유학생을 내국인과 차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경찰을 믿고 어찌 범죄 신고를 할 수 있겠는가.
사정당국과 대학은 취약한 유학생 보호 차원에서라도 성폭력 가해자를 엄벌해서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학생들에게 피해 신고를 장려하고 더 철저하게 조사 처리하는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NSW의 성관계 동의법(Sexual-consent law)을 개정해 여성의 명확한 동의(yes) 표시가 없으면 성관계 반대의사(no)로 간주하도록 규정을 강화해 성폭행 범죄 예방에 일조하도록 해야 한다.
3대 수출산업의 명성과 이익이 거저 유지될 수는 없다. 정부는 유학생들이 좋은 이미지를 갖고 호주를 떠날 수 있도록 그들의 안전과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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