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축구팬들의 축제인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14일 개막을 시작으로 한달간 열전에 돌입한다. 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의 ‘정치쇼’가 끝나고 러시아발 ‘축구쇼’가 펼쳐진다.

러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이번 21회 월드컵엔 32개 본선 진출국의 736명 선수들이 국가의 명예를 걸고 진검 승부를 벌인다. 8개조로 편성된 32개국은 16강 진출을 위한 예선전에 들어간다.

15일 새벽 1시 A조에 포함된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경기부터 7월 16일 새벽 1시 결승전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지구촌은 축구공에 울고 웃는 잠 못 이루는 한 달을 보내게 된다.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면서 축구 전문가는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해 16강 진출국과 우승국에 대한 예상이 쏟아지고 있다. 우승 후보로 프랑스, 독일, 브라질,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이 거론된다. 

호주 한인들에게 최대 관심사는 호주와 한국 대표팀의 경기 결과다. 호주 축구 국가대표팀 ‘사커루즈’는 프랑스, 덴마크, 페루와 함께 C조에 포함됐고, F조의 한국은 스웨덴, 멕시코, 독일과 격돌한다.

한국은 9회 연속, 호주는 4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각 조의 최약체다. FIFA세계랭킹에서 호주는 36위, 한국은 57위다. 독일 1위, 프랑스 7위, 페루 11위, 덴마크 12위, 멕시코 15위, 스웨덴 24위다.

하지만 둥근 축구공은 항상 이변을 연출하며 팬들의 희망을 배가시키는 마술을 부려왔다. 게다가 선수가 어느 팀에 속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기량과 팀의 조직력이 달라진다. 거스 히딩크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을 견인했듯이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다. 팀 간의 상대성도 존재한다.
이런 변수들로 인해 모든 본선 진출국 감독들은 16강 진출을 자신한다. ‘붉은 악마’와 ‘노란 캥거루’ 응원단이 길거리나 공원, 클럽 등에서 단체응원전을 펼치며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시와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의 첫 경기인 18일 스웨덴전부터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전을 동시 개최한다. 한때 촛불 함성으로 빛났던 거리가 이제 붉은 함성으로 뒤덮이며 문화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호주 한인들도 한인 밀집지역의 대형 TV가 구비된 한식당이나 클럽에 모여 단체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단체응원전은 비록 호주에 거주하지만 한민족임을 절감하고 정체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호주 한인들은 한호 양국을 응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두 국가가 모두 16강에 진출하면 대만족이지만 하나만 진출해도 만족한다. 설사 양국이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한들 어떠랴.

태극전사와 캥거루전사들이 불굴의 기상과 도전 정신으로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민생활에 새로운 힘과 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응원하면서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것은 스포츠가 선사하는 또 다른 긍정적 기능이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등 전 세계의 내로라 하는 모든 선수들의 맹활약과 묘기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한국내 정치 이슈로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통합하고 치유할 열정과 감독의 무대가 시작됐다. 호주와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만사 제쳐놓고 축구 열기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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