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마다 열리는 월드컵 본선이 지난 주부터 러시아에서 시작 됐다. 한국은 첫 조별 게임으로 스웨덴을 상대로 경기를 펼쳤다. 전 후반 내내 유럽 프로 리그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한데도 유효 슈팅하나 없이 졸전을 보여 연일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많은 축구 감독들과 해설자들의 견해와 달리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수세적인 전략을 쓰느라 이름 난 공격수들이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 보지 못한 채 결국 패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됐다. 경기는 숨을 멈추거나 흥분케 하는 짧은 순간도 없이 96분을 채우고 F조 꼴찌의 불명예스런 이름을 올렸다. 화면에 비친 한국 관중들은 응원할 기운 마져도 없는 맥빠진 모습이었다. 해외 선수들의 눈에도 재미가 없었는지 상대 선수들의 한국의 경기력에 대한 인터뷰는 기대 이하이며, 코멘트할 것도 없다는 속상한 말들만 쏟아 놓는다. 

4년 만의 기회가 너무 쉽게 사라지고 있다는 탄식이 밤 늦게까지 잠을 설치며 숨을 죽이며 TV 앞에 앉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허무하게 남았다. 

한국이 속한 조는 악마의 조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강팀들이 포진해 있다. 명실공히 세계 1위의 독일과 독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대 전적에 강호로서 손색이 없는 멕시코가 한 조에 속했다. 예상 외로 멕시코는 강호 독일을 몰아 붙여서 1승을 거뒸다. 멕시코는 키도 작고 체력 조건과 기량 면에서 열세라고 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기려는 열망이 게임을 주도했다. 월등히 키가 큰 독일을 상대 하느라 높은 볼을 주기 보다, 짧은 패스와 속공으로 역습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체력과 기량을 작전과 전략으로 맞서 모든 언론과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며 반전의 승리로 경기를 마감했다. 경기 내내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게임이 100여분의 시간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새벽이 깊었지만 감탄과 뿌듯함이 졸음을 무력케 했다.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적수 스페인을 상대로 혼자서 세 골을 넣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아니였으면 분명히 지는 게임이었는데 한 사람의 뛰어난 기량이 팀 전체를 살리는 역할을 하였다. 호날두는 어제 모나코와의 게임에서도 그가 넣은 한 골로 승리를 챙겼다. 그는 인생 가운데 안 누려본 영광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부와 명성과 체력과 모든 영역에 최고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올해 33세다. 그의 축구 인생은 자신의 명예 뿐만 아니라 팀과 국가의 명예를 한껏 높이는 의로운 역할을 하였다. 경기전 흘러 나오는 국가를 따라 부르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어느 나라의 선수든지 결연함과 자부심이 드러난다. 최고의 대회에 나가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지한 애국심의 표출은 보는 사람에게도 적잖은 감동과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염원과 달리 축구는 냉정한 승부로 승자와 패자를 가른다. 의로운 애국심과 견고한 다짐과 결연한 의지가  있어도 이들에게 그 때에 맞는 전략과 뒷받침하는 기량이 없으면 원하지 않는 패자의 슬픈 눈물을 흘려야 한다. 모두가 승리하고 싶지만 승자를 제한하는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32개국에서 모두 승리를 하고자 4년의 시간을 벼르며 치열한 예선을 치르고 본선에 이른 팀들의 경기인만큼 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다. 그리고 그 승리는 개인의 영광과 국가의 명예를 드높인다. 

북한의 핵 폐기와 관련해 주변 국가들이 바삐 오가는 정상 회담과 외교력을 총동원하는 한반도의 정세는 마치 월드컵 본선을 치르는 축구의 승부와 같다. 마치 전략없는 축구 게임을 해서 기량있는 선수들마져도 국민과 함께 패자의 눈물을 흘리게 되지는 않을까? 위협의 도구이던 핵을 과감히 내려 놓겠다는 예측할 수 없는 북한과 세계를 호령하는 힘센 미국이, 드센 러시아가, 덩치 큰 중국과 약삭 빠른 일본이 마치 치열한 축구 게임을 하듯 고도의 전략과 막강한 실력을 감추고 경기장에 나오는 듯하다. 

며칠 후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전략을 세우는 감독과 명성에 걸맞는 선수의 기량이 맘껏 펼쳐지는 경기가 되기를 응원해 본다.  드러나지 않는 외교적 경쟁과 치열한 수 싸움에서 한국의 치밀한 전략과 타협되지 않는 견고한 능력이 뿌듯한 승자의 기쁨을 국민에게 안겨 주기를 간곡히 기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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