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과 호주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은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FIFA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2-0으로 격파해 세계를 놀래켰다. 16강 진출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기적을 일궈냈다.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격파한 한국. 세계 랭킹 1위 '전차 군단' 독일을 2 대 0으로 완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에 발목이 잡힌 독일은 1승 2패로 골득실에서 뒤져 조별리그 최하위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독일도 직전 대회 우승팀이 조별리그에서 고전한다는 '우승국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다. 

호주 대표팀(이하 사커루)의 성적은 1무 2패(C조 최하위)로 초라했다. C조 경기의 결과는 프랑스(승점 7), 덴마크(승점 5), 페루(승점 3), 호주(승점 1)였다. 호주를 제압한 프랑스와 무승부를 기록한 덴마크가 16강에 진출했고 사커루는 이미 탈락이 결정된 페루와의 3차전에서 0-2로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페루는 40년(1978년) 만에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승리를 만끽했다.
 
이 경기 후 마일 제디낙 주장은 ‘공허함(emptiness)’과 ‘실망’을 언급했다. 
잠시 사커루 감독을 맡았던 버트 반 마위크(Bert van Marwijk)는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문제는 득점을 못한 것이다. 몇 번의 칭찬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득점을 해야 이긴다.. 이게 사커루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유럽팀 감독을 역임한 전문가답게 정확하게 사커루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러시아 월드컵 세 경기에서 드러난 사커루의 가장 큰 문제는 득점력 부족인데 그 배경에 ‘방향감(a sense of direction) 없는’ 대표팀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잇따른 감독 교체로 1년도 안 돼 팀의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 중장기 계획이 없고 목표 설정과 방향성을 상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사커루(당시 앤지 코스테코글로 감독)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단 1점의 승점도 없었다. 그러나 사커루가 변모할 수 있다는 점으로 약간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이번 러시아 월드컵 대회 결과는 더 초라해졌다. 사실상 경기력에서 퇴보를 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작전없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하다 역습을 하는 진부한 경기 플레이로는 상대를 제압하기 어렵다.  
   
호주 사커루도 독일전에서 한국이 보여준 것 같은 승부근성(투혼)을 가진 팀으로 변화를 시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또 세대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언제까지 팀의 스트라이커였던 노장 팀 케이힐에게 의존할 수 없다. 케이힐이 빠지면서 그를 대체할 마땅한 공격수가 없는 점도 사커루의 득점력 부족의 원인 중 하나다.
  
내년 아시안컵(Asian Cup) 이전 현재 주전선수들의 세대교체가 반드시 단행되어야 한다. 다니엘 아자니같은 신세대 스타들을 주전으로 키워야 하고 새로운 사커루의 스트라이커 재목들이 나와야 한다.
이미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경험이 있는 그래함 아놀드가 신임 감독으로 4년을 계약해 202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이 작업을 해야할 것이다.
호주축구협회(FFA), A리그, 선수 개개인 노력과 정신력 강화가 요구된다.    
대표팀과 축구협회가 계획에서 혼선을 빚고 생각에서 낡은 전술을 벗어나지 못하면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호주 사커루는 선수 선발과 기용의 투명성, 욕망, 방향성, 재활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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