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하는 이민자에게는 외로움과 답답함, 억울함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다. 때로는 청명한 호주의 하늘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호주 사회의 곳곳에서 활약하는 한인들의 소식을 들을 때면, 마치 내 자녀와 내 친구의 일처럼 반갑고 자랑스러워 이민생활에 활력을 얻기도 한다. 
그들은 단순히 우리 집안의 자랑이 아니라 우리 한인들의 자랑이며, 그들이 일궈낸 삶의 흔적은 다음 한인세대가 이어 갈 또 다른 진일보의 초석이 된다.
호주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들을 만나 그들의 희망과 기쁨을 나누려고 한다. <편집자주>

변신한 ‘FCA 천보현(케니 천) 감독’

'20세 이하 올해의 선수상(U20s Player of the Year Award)'을 받아 들었다. 한인으로서는 최초다. 상패에 적힌 이름은 케니 천(Kenny Chun), 한국 이름 ‘천보현’이다.

14살 호주로 이민 온 지 5년 만에 일군 귀중한 결과인 동시에 첫 걸음이었다. 

그동안 비자도, 경제적인 생활도, 문화적인 적응도 해결되지 못했다. 외국인 신분으로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워야 했다. 밤낮으로 일하는 부모와 어린 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생각이 복잡하기도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축구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꼭 보란듯이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호주 축구에서 아직 자리잡은 한인들이 없어 도움을 구할 곳 없었지만 그는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신인상 수상 이후 여러 에이전트의 관심을 받은 그는 블랙타운 시티(Blacktown City)와 시드니올림픽(Sydney Olympic) 등의 호주 프리미어리그 소속 팀에서 활약했다. 

이후 보니리그 와이트 이글스(Bonnyrigg White Eagles)에 입단하여 2012년과 2014년 두 번의 리그 우승을 일궈냈으며, 2013년에는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기량을 인정받은 그는 2015년 태국 1부리그 소속 TTM FC에 입단해 활약했다. 

2017년 친정팀 블랙타운으로 돌아온 그는 선수 은퇴를 결심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축구교실인 ‘풋볼 커넥션 아카데이(Football Connection Academy)’를 운영 중인 그는 "축구선수를 꿈꾸는 한인 아이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올바른 운동방법과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좋은 지도자들은 많지 않다"며 변신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은 끌어 주는 사람 없이 외로운 싸움을 해 나갔지만, 다음 한인 축구의 재능들에게는 좋은 조언자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뜻이다.

"호주 축구 리그에도 한인 축구의 재능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희망한다. 한인들의 역량과 잠재력, 정신력은 호주에서 충분히 영향력을 미칠만 하다"고 그는 평가했다.

시드니에서 방문한 북한 농아 축구대표팀을 도와 코치로서 노하우를 전수한 경험이 있는 그는 10월 중순 한국에서 열리는 제99회 전국체전에 호주 동포 축구대표팀 선수로 출전한다. 그동안 5회 출전해 금,  은메달을 1회, 동메달을 2번 획득했다. 

오는 9월 8일 (토) 한호일보와 아이탭이 주최하는 한인 어린이 축구대회에 운영위원으로 참가하는 천 감독은 이번 대회로 한인 차세대의 축구 재능이 발굴되고 자라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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