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이 아름다운 도시, 글래스톤(Gladstone) 항구

바다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Town of 1770'를 뒤로하고 예푼(Yeppoon)으로 떠난다. 예푼까지는 3시간 정도 운전하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동네다. 아주 오래 전 들러본 적이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바닷가에 있는 관광객이 많았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언덕과 커브가 심한 지방 도로를 운전한다. 그러나 속도 제한은 100km로 고속도로와 큰 차이가 없다. 100km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다. 그러나 흔히 100km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바꾸어 나의 속도로 천천히 한가한 도로를 운전한다. 숲이 울창한 주위 풍광이 좋다.

가는 길에 바닷가에 있는 글래스톤(Gladstone)이라는 동네에 들렀다.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도시다. 도시 한복판을 지나 항구에 도착한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항구에 정박한 수많은 요트다. 바다를 즐기는 사람이 많이 산다는 생각이 든다. 정박한 배를 기웃거리며 주위를 걷는다.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절벽을 빨갛게 물들인 꽃나무가 시선을 끈다.

꽃나무가 무성한 곳으로 가본다. 길지 않은 다리를 건너 건너편 주차장에 도착하니 물놀이 공원(Water Play Park) 안내판이 있다. 규모가 크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많다. 꽃처럼 솟아오르는 분수도 두어 개 있다. 낚시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해 놓았다. 그러나 이용하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한가하다. 대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의 여유로움을 본다. 

공원 끝까지 걸으니 퇴역한 해군 함정이 전시되어 있다. 건너편에서 보았던 화려한 꽃나무도 있다. 빨갛게 물든 절벽을 카메라에 담고 전망대로 향한다. 가파른 층계를 따라 전망대에 올라 동네를 굽어본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작은 배가 질주한다. 한가로이 낚싯대를 바다에 드리운 강태공을 태운 자그마한 배도 보인다. 삶을 즐기고 있다. 

간단히 맥도날드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하고 글래스톤을 벗어난다. 도시를 빠져나오는 길목에 광산이 보인다.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광산업이 침체하여 사람이 많이 떠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광산에 의지해 사는 동네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타고 목적지 예푼으로 향한다. 퀸즐랜드에서 네 번째로 크다는 도시, 락햄톤(Rockhamton)에 도착했다. 큰 도시답게 대형 쇼핑센터를 비롯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상점이 도로변에 즐비하다. 자동차가 많아 신호등에서 조금 지체한 후 예푼으로 향하는 지방도로에 들어설 수 있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 예푼(Yeppoon)에 새로 조성한 대형 수영장.

사람을 우습게 보는 검정 앵무새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언덕 위에 있는 집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네답게 규모가 큰 리조트 빌딩도 근처에 있다. 

짐을 풀고 바닷가 번화한 거리를 걷는다. 바닷가를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새로 개장한 규모가 큰 수영장도 있다. 도로변에는 고급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관광객으로 붐빈다. 오래전에 들렀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발전(?)했다. 그러나 발전의 대가로 바닷가의 호젓함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졸리면 잠자리에 들고, 눈뜨면 일어나는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아침을 맞는다. 오늘은 이뮤 파크(Emu Park)라는 가까운 동네를 가보기로 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바다를 보며 해안 도로를 달린다. 경치 좋은 언덕에 큼지막한 집들이 들어선 동네를 만난다.

동네를 지나 조금 더 운전하니 한가한 도로변 잔디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쪼고 있는 앵무새 떼를 만났다. 흔히 보기 어려운 검정색 앵무새들이다. 행운이다. 호주에서 흔히 보는 야생 동물처럼 사람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먹이를 찾고 있다.

조금 더 운전해 블러프 포이트(Bluff Point)라는 산책로에 도착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니 절벽(Bluff)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낭떠러지가 나온다. 낭떠러지가 위험하다는 경고판에 한자도 쓰여 있다. 계곡 건너편에는 예사롭지 않은 육각형 모양의 암석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제주도에서 수많은 중국 관광객에 섞여 이와 비슷한 돌기둥을 본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한가하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즐긴다. 

산책로 정상에 오르니 관광지 케플베이섬(Keppel Bay Island)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땀을 식히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름 모를 큰 새가 산책로를 가로질러 숲으로 몸을 숨긴다. 바다에는 호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트와 작은 배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아담한 동네, 이뮤 파크에 도착했다. 최근에 조성한 것으로 보이는 산책길이 아름답다. 새로 조성된 전쟁을 기념하는 공원도 있다. 1차 대전 당시 호주가 참가한 전투 기념비가 줄지어 있다. 인도사람들로 보이는 그룹이 군인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RSL 클럽 건물도 증축하고 있다. 호주 사람들의 퇴역 군인에 대한 예우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전쟁에 대해 잠시 생각한다. 지금도 많은 인력과 물자가 전쟁 준비를 위해 동원되고 있다. 군사 훈련에서 발사되는 포탄 때문에 육지와 해양에서 수많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존 레논(John Lennon)의 노래가 떠오른다. 국경이 없는 세상, 따라서 전쟁도 없는 세상을 꿈꾸던 존 레논. 사람들은 몽상가라고 치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몽상가들이 있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Imagine all the people...’, 한 번 더 흥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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