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의 러셀 브로드벤트, 크레이그 런디(오른쪽) 의원

국내외적으로 나우루섬(Nauru)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스콧 모리슨 총리가 뉴질랜드의 난민 수용 제안을 조건부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에 집권당인 자유당 평의원들이 오랜 수용소 생활로 정신적 피해 위기에 처한 난민들의 자녀들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정부에 이들을 즉각 구출할 것을 촉구했다.

모리슨 총리는 난민들의 뉴질랜드 재정착을 고려하기 전 이들의 호주 입국 경로를 차단하는 법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난민 인권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끄덕하지 않고 지난 해 뉴질랜드의 난민 수용 제안을 거절하는 등 강경한 난민 정책을 펼쳐오던 자유당 정부가 입장에 변화를 준 데는 내부에서조차 거세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목소리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러셀 브로드벤트와 크레이그 런디 의원은 지난달 모리슨 총리에게 나우루에 감금된 난민 중 치료가 시급한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우선 대피시키라고 권유했다. 

자유당내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왕따를 비난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줄리아 뱅크스 의원도 나우루의 상황이 ‘위험 수위’(tipping point)에 도달했다며 정부의 난민에 대한 접근방식 변화를 요구했다. 
모리슨 총리는 “난민들이 뉴질랜드를 통해 호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마련된 법안이 노동당과 녹생당의 반대로 수년 째 표류 중”이라며 야당에 입장 재고(협조)를 요청했다.

2016년 발의된 이 법안은 2013년 중반 이후 호주에 입항한 난민들의 호주 비자발급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주 말 재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당은 여전히 반대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노동당 대변인은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난민 협정을 언급하며 법안의 불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제3국으로의 난민 이주는 호주 입국 금지법 제정과 아무 상관이 없다. 말콤 턴불 전 연방 총리가 미국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끌어냈듯이 스콧 모리슨은 왜 뉴질랜드와 유사한 조건으로 협상을 체결할 수 없는가?”라며 현 정부의 무능력을 비난했다.

노동당은 내년 집권당이 될 경우 나우루의 난민 어린이들을 본토로 송환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호주의료협회(AMA)는 “나우루 아이들은 지금 즉시 도움이 필요하다”며 노동당의 제안은 실용성과 실효성이 모두 결여된 대책”이라고 시급성을 비난했다.

호주의료협회는 나우루 아이들이 자살을 시도할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자살에 실패한 12세, 14세 아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이들에게 일말의 기운이 남아있었다면 이미 수차례 자살을 기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나우루 아이들의 구출을 위해 약 6000명의 의사와 의대생들이 서명한 청원서가 15일 의회에 제출됐다.

모리슨 총리는 의료지원을 위한 이송은 사례별로 결정된다며 나우루 수용소 안에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변호했다. 그는 “호주 정부에서 파견한 65명의 의료진에는 33명의 정신과 전문의도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모리슨 총리의 리더십이 나우루 난민 자녀들 처리고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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