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동포사회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호주 방문설’이 며칠 동안 나돌았었다. 이 루머의 시작은 뉴질랜드 동포사회였다. 12월 초 문 대통령이 오클랜드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질 것이며 참석 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소식이 한호일보에 알려졌고 호주를 언제 방문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왔다.

매년 11월 중하순(올해는 13~18일)은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 + 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이어 올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는 11월 30일-12월 1일 남미의 아르헨티나(브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4회의 다자 정상회의에 모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이같은 다자 정상회의 기간 중 자연스럽게 호주와 한국 정상간 약식 회의가 열리곤 했다.  

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가장 먼(지구 반 바퀴) 남미에서 열리는 관계로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에서 기착해 1박을 한 뒤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질랜드에 잠시 머무는 기회를 이용해 동포간담회를 갖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호주도 방문할 것이란 루머가 시드니로 전해졌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이번엔 호주를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은 지난 8월 호주 총리의 갑작스런 교체와 내년 총선 등 호주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는 호주 총선 이후 새로운 임기의 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다. 이유는 한호 정상외교의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이다. 공백기간은 앞으로도 거의 1년이 걸릴 수 있다. 
한국 대통령의 호주 방문은 지난 2009년 3월 초 이명박 대통령의 호주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이 마지막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브리즈번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20분 정도의 간단한 한호 정상 회의를 가졌을 뿐이며 동포간담회도 없이 출국했다. 내년 호주 총선 후 문 대통령이 호주에 온다면 무려 10년 만에 호주 방문이 된다. 
 
전임 말콤 턴불 총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다자회의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 두세번 약식 회의를 가졌지만 갑작스런 퇴출로 한국 대통령의 호주 방문은  올해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호주와 한국 정상의 방문 외교에 10년 공백기간이 생긴 것은 양국 관계 증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년 동안 일본, 중국, 인도 정상은 여러 번 호주를 다녀갔다. 신조 아베 일본 총리는 2014년, 2017년, 2018년(다윈) 3번씩 호주를 방문해 정상외교를 했다. 2014년 7월 토니 애봇 총리 시절엔 일본 총리 중 최초로 호주 의회에서 연설까지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2014년 호주를 방문했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014년, 2017년 2회 호주를 방문했다. 

호주의 4대 교역국인 한국과 양국의 정상간 방문외교가 이처럼 오랜 공백기를 갖는 것은 호주 동포사회에도 좋을 것이 없다. 
8일 마리즈 페인 호주 외교장관이 2년 만에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불편했던 양국 관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페인 장관의 방중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3년 만에 처음)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호주 정부는 호주-중국 외교장관 2년 상호 방문 부재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어떤 방법으로든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국제 관계를 보면서 한호 10년 정상 방문 외교 공백을 ‘외교력의 부재’ 외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 것인가? 호주가 한국 외교 무대에서 계속 찬밥이 되는 것을 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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