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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엽서] 게으름 피우며 ‘미숀비치’ 여행을 끝내다(호주 동북해안 여행기, 마지막회)
이강진(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 승인 2018.11.15 12:43
강태공들의 안식처, 미숀 비치의 선착장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미숀 비치(Mission Beach)에서는 게으름 피우며 쉬기로 했다. 마음을 편하게 가져서일까, 평소보다 늦게까지 푹 잤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해변을 잠시 거닌다.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일정 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일단 자동차를 타고 집을 나선다. 창문을 활짝 열고 한적한 해안 도로를 천천히 운전한다. 야영장 표지판이 있는 좁은 도로에 들어가 본다. 공동 화장실이 있는 작은 규모의 야영장에는 텐트는 물론 캠핑차 등으로 만원이다. 캠핑장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니 작은 배를 띄울 수 있는 선착장이 나온다. 주차장에는 배를 가지고 온 자동차가 빈틈없이 주차해 있다. 배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은 동네다. 악어를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선착장을 빠져나와 조금 더 운전하니 산책로가 나온다. 두 개의 산책로 중 짧은 산책로를 택해 걷는다.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는 산책로다. 조금 걷다가 보니 앞에서 여자 둘이 어린아이의 두 손을 잡고 산책하고 있다.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동성애 부부가 아이를 입양해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언뜻 든다. 동성애 부부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된 호주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깊은 골짜기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있는 드지루 국립공원(Djiru National Park)

숲이 울창하다. 파도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바다 냄새에 파묻혀 걷는다. 바닷물에 뿌리를 두고 자라는 맹그로브(mangrove) 나무가 작은 숲을 이룬 곳도 지난다. 한적한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는 선착장이 있다. 태평양으로 100m 이상 뻗어 나간 긴 선착장이다. 낚시하기에 좋은 장소라 그런지 낚시하는 사람들로 선착장은 붐빈다. 내일은 낚싯대를 가지고 올 생각을 한다. 

산책을 끝내고 조금 더 운전하니 바나나를 판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호기심을 가지고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핸들을 돌린다. 조금 들어가니 낮은 산비탈이 온통 바나나로 덥혀있다. 수많은 바나나로 둘러싸인 농가 초입에 바나나가 진열되어 있다. 여행하다 흔히 만나는 무인 판매대다. 잘 익은 바나나를 골라 맛을 본다. 슈퍼에서 파는 바나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바나나를 푸짐하게 사서 차에 싣는다.  

해안 도로를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서니 숲이 울창하다. 중간 중간에 자동차들이 주차해 있는 것으로 보아 숲속의 험한 산책로를 찾는 사람도 많은 곳 같다. 

도로변에 있는 넓은 주차장을 만났다. 자동차도 몇 대 주차해 있다. 드지루 국립공원(Djiru National Park)이라는 안내판에는 카소워리(Cassowary)라는 조류에 대한 설명이 장황하다. 남녀노소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잘 정리된 산책로다. 

숲속으로 들어가 맑은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물이 많이 고인 곳에는 큼지막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고 있다. 이 동네에 산다면 이곳에 있는 산책로를 모두 찾아다니며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자기한 짧은 산책로를 걷다 보니 점심시간이다. 국립공원을 나와 식당이 많은 동네 중심가에 도착했다. 많은 식당 중에 시선을 끄는 것은 타이 식당이다. 제법 잘 꾸민 식당에 들어서니 호주 남자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부인이 태국 여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점심에는 손님을 받지 않고 저녁에만 영업하는 식당이다. 예전에는 중국 식당이 많았는데 요즈음은 태국 식당이 더 많은 느낌이다. 

바나나 농장이 많은 미숀 비치(Mission Beach). 무인 판매기에도 바나나가 넘쳐난다.

동네 근처에는 모든 사람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아트 갤러리라는 큼지막한 표지판이 있다. 갤러리에 들어가 본다. 그림과 도자기를 비롯한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동네 사람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전시장 바로 옆에 있는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만든 작품을 전시장에서 파는 것이다. 

건너편 건물에서는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곳에도 나이 든 사람이 많다. 취미 생활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을 노년에 시도하는 모습이다. 물론 평생을 이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며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하루를 끝낸 후 다시 해변에 나간다. 어제와 다름없이 사람들이 한가한 초저녁을 걷고 있다. 작은 섬들에 둘러싸인 바다. 하루를 끝내며 아스러지는 빛을 발하는 태양.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오가는 사람들. 이 모든 것과 함께 하는 신도 있을 것이다. 

‘인간과 신과 자연은 하나이다.’ 어디선가 읽은 글귀가 떠오른다.

이강진(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kanglee6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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