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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브릿지] 소중한 만남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29 12:37

지난 토요일 채널 9의 아침 방송인 ‘투데이’ 쇼가 시드니 국제공항과 국내선공항에서 동시에 특별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평소에도 채널 9의 뉴스와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인데, 그날의 생방송은 감동으로 채워져서 방송을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투데이 쇼는 호주의 대표 항공사인 콴타스의 98주년 생일을 맞아 채널 9과 공조해서 특별 기획프로그램을 제작했던 것 같다. 항공사의 이미지가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공항을 무대로 깊은 사연을 지닌 가족들의 만남과 재회를 통해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공항이란 본래 만남과 이별을 연결해주는 공개된 장소라서 만남으로 인한 기쁨의 눈물,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의 눈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다. 투데이 쇼에서 특별한 만남을 주선했던 몇몇 가족의 사연은 그날 아침방송을 통해서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을 것이라 여겨진다. 

투데이 쇼를 진행하는 방송인 칼 스테파노비치와 조지 가드너는 긴장과 흥분이 뒤섞인 모습의 한 노인을 곁에 앉혀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 노인의 이름은 알란이며 현재 타스마니아주의 호바트에 살고 있다. 알란씨는 3년 만에 만나게 되는 딸과 두 외손녀를 시드니 국내선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딸 가족은 케인즈에서 시드니로 내려오고 알란씨는 호바트에서 올라와서 중간 지점인 시드니에서 만난다고 했다. 호주 국내에 살면서도 긴 시간 동안 서로 만나지 못했던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말하며 얼굴이 이내 어두워졌다. 

그는 흩어져 사는 자녀들이 크리스마스 휴가에는 자기 집에 모여서 다함께 지내기를 바라며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 돈을 멜버른에 살고 있는 아들 부부에게 모두 보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며느리가 암투병중이며 힘든 아들 부부를 위해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 긴 복도를 따라서 어린 두 자녀와 함께 3년 만에 아버지를 만나러 오는 딸의 얼굴은 흥분과 기대로 몹시 들떠보였다. 딸과 보고 싶었던 외손녀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알란씨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 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에 울컥하니 목이 메어 왔다. 

막내딸을 서울로 시집보낸 후, 첫 친정나들이 온 딸을 다시 서울로 배웅하며 기차역에서 손을 흔들어주시던 아버지의 애틋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서린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이어진 끈끈한 실낱같은 정이 인종을 초월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었다. 

3년 만에 재회한 딸은 아버지를 포옹한 채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방송사는 그들을 위해서 시드니에서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호텔 숙박권과 달링하버에 있는 식당의 식사권을 제공하며 가족의 재회를 축하해주었다. 

미디어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미디어도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눈다는 좋은 이미지를 전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가족의 특별한 만남은 방송사회자가 눈물을 닦을 휴지를 한통 미리 준비해줄 만큼 애달픈 사연을 담고 있었다. 중년의 아빠, 엄마, 십대의 딸, 아들, 한 가족이 애타게 어느 부부를 기다린다고 했다. 누구를 기다리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스티븐씨는 “2년 전에 자기에게 심장을 기증했던 사람의 부모들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스티븐의 아내는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자기 남편이 얼마나 심각하게 아팠는지를 설명하며 심장기증자의 부모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심장기증자는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살았던 20대 청년 벤이라는 남자이며 급작스런 사고로 인해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었다. 벤의 심장은 시드니에서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스티븐에게 곧바로 이식되었고 그에게 두 번째의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스티븐은 자신의 매일의 삶은 그에게 심장을 기증해준 사람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장기를 기증받은 사람은 그 기증자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고 병원에서도 밝히지 않는다. 스티븐의 아내는 남편이 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장기기증자와 수여자들의 모임이 있는 페이스 북을 통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수술하고 일 년 반이 지난 후에 페이스 북에서 남편에게 심장을 기증했던 벤의 어머니 론다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보냈다. 그렇게 맺어진 인연으로 심장기증자의 부모인 마이클과 론다 부부가 시드니 공항에서 스티븐 가족과 만나게 된 것이다. 

론다는 스티븐의 심장에 귀를 대고 아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서 울고 웃기를 반복하며 스티븐의 손과 그의 아내의 손을 잡고 놓지를 못했다. 아들이 죽고 나서 2년 후에 아들의 심장 박동소리를 스티븐의 가슴에 귀를 대고 들을 수 있었다. 그런 엄마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차마 짐작하기도 어렵다. 

스티븐의 자녀들은 벤의 부모를 보며 아빠에게 새로운 생명을 얻게 해주었고 다시 함께 살게 해주어서 고맙다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한 사람의 장기기증이 한 가족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인연과 만남은 손바닥과 손등처럼 함께 한다는 것을 깨우쳐 준 사연들이었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장기기증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다시 해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국인에게는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따라 부모가 물려준 몸을 자식이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종교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사후에 한줌의 재로 돌아갈 육신을 다른 사람에게 빛으로 건네 줄 수 있다면, 세상에 태어나서 제대로 된 삶을 살았다는 흔적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투데이 쇼의 한 이벤트가 이 사회를 바꾸는데 한 몫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쇼가 끝날 무렵, 콴타스의 98주년 생일축하 케잌을 잘랐던 남자요리사는 촛불을 불면서 21년 동안 콴타스에서 일했는데 앞으로 21년을 더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빌었다. 기업이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휴머니즘이 풍성해진다면 이 세상의 어두움은 줄어들고 훨씬 더 살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teresacho737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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