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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12월에,
정원일 (공인회계사) | 승인 2018.12.06 13:54

얼마 전 지난 3년 동안 쓰던 사무실에서 새로운 데로 이사를 했다. 변호사 개업을 하는 아들이 사무실이 필요하고 나도 이런 저런 회의와 모임이 많아지다 보니 좀 더 큰 장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새로운 장소도 쉽게 찿고 순조롭게 이사를 마치고 주위의 지인들을 불러 저녁도 먹고 예배도 드리게 되었다. 

일정이 맞지않아 참석 못한 오랜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았는데도, 60여명 자리가 차고 서서 음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인사를 하느라 앞에 서니 호주에 처음 와서 같은 교회를 다니며 열심히 일하시던 은퇴한 장로님과 친한 목사님들과 낯익은 교인들의 얼굴이 보인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다 독립한 옛 직원들과  세 아들을 나을 동안 같이 교회 생활을 한 가족 같은 얼굴들, 아들과 며느리가 될 여친도, 일을 하며 만난 오랜 고객의 친근한 얼굴도 보인다. 모두 지난 호주의 이민 생활을 다시금 기억나게 하는 얼굴들이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힘들었던 시절과 즐거웠던 지난 시절은 기쁨도 있었지만 조금의 아쉬움을 거쳐 현실로 남은 오늘이 있다. 그 동안 함께 했던 그들을 바라보면 실수 많고 부족했던 옛 모습의 기억이 문득 떠 오르게 된다. 이들의 얼굴에는 나의 초상이 함께 담겨있는 듯하다. 그 동안 내 옆에 함께 있어준 그들의 정성과 친근함이 사뭇 정겹다. 짧은 인사에는 조금 멋적은 이런 감상이 담겼다. 식사를 하면서 모두들 새 사무실이 편하고 좋다며 덕담을 건넨다. 

한 동네에서 사업을 하는 친한 동료는 아들이 함께 일하는 걸 보니 신경도 쓰이고 좋기도 하겠다며 농담 담은 칭찬을 건넨다. 다행히 아들의 편안해 하는 투박한 무 신경이 기특한 위로가 된다. 좀 처럼 사무실에 나오기를 싫어 하던 아내도 집에 있던 액자를 가져와 걸고, 차고에 쌓여있던 가구를 꺼내 닦고 기름을 발라 근사한 회의실 테이블이 되도록 정성을 들였다. 왜 그런지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편안함에 대한 자발적 헌신과 애정의 표출이다. 직원들도 짐을 정리하고 자기 책상과 의자를 닦으며 왠지 조용하고 편안 하다며 서로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 한다. 몇 시간이면 많지 않은 짐을 금방 옮기려니 했던 생각은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섯부른 기대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사를 마치고 저녁엔 식사 모임에 가야지 했던 생각은 결국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현실성 없는 막연한 기대일 뿐 이었다. 

늘 그렇 듯, 이사를 하느라 설합을 빼내고 가구 속과 책장 뒤에 쌓여있던 물건들을 담다보면 지난 기억을 되살리는 예전의 흔적들이 이곳 저곳 남아 있기 마련이다. 짐을 줄이도록 정리를 해야 하는데도 차마 버리려니 기억을 지우는 것 같아 몇 번을 망설이다 버린 것들도 있었다. 몇 해 동안, 이곳에 쌓인 흔적이 마치 낯선 일인 듯 새로운 곳엔 어울리지 않으리라는 부조화가 결국 정리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짐이 모두 빠져 나간 옛 사무실을 보니 마치 3년 전 그 사무실을 보기 위해 처음 문을 열었던 그 때를 연상시킨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세월은 거기에만 머물게 하는 온정을 베풀지 않는다. 또 이제 12월이 되었다. 과거는 오늘을, 오늘은 미래를 양산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기억 하게 하는 때이다. 12월에, 다 알 수 없는 하늘의 평화는 작은 다짐을 자생 시키고 새 해를 여는 소망이 된다. 

일이 있어 보지 못한 보고 싶은 얼굴들도 새해에는 볼 수 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주위의 사람들이 마음에 소중할 뿐이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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