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수도 인정, 헐리 차기 연방총독 내정 등
보수 성향, 기독교적 가치관 반영된 정치적 결정 주목  

스콧 모리슨 총리(오른쪽)가 데이비드 헐리 NSW 주총독을 차기 연방 총독으로 내정하고 악수를 교환하고 있다

2019년 전반기에 호주에서 가장 중요한 두 번의 선거가 예정돼 있다. 4년 주기의 NSW 선거는 3월 23일 거행된다. 연방 총선은 아직 미정이지만 5월경으로 예상된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취임 이후 두 번의 ‘독자적인 견해’가 강하게 반영된 결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첫째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이는 외교적으로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중동의 반발을 염두에 둔 호주 정부는 ‘서 예루살렘’이란 단어를 선정했고 현재의 텔아비브 대사관을 당장 이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 10월 웬트워스 보궐선거 캠페인 기간 중 깜짝 발표했는데 중동 전문 외교관들과 논의나 자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에는 그의 ‘기독교 세계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12월 데이비드 헐리 NSW 주총독을 차기 연방 총독으로 내정한 것이다. 육군 대장, 합참의장 출신의 헐리 NSW 주총독은 모리슨 총리의 시각에서 가장 적합한 롤모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여성 총독을 기대했지만 모리슨 총리는 그런 시각은 안중에 없었다. 또 내년 총선 전 서둘러 임명권을 행사한 것은 노동당에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두 번의 결정에는 모리슨 총리의 견해, 가치관, 정치관이 담겨있다. 오순절 계통(Pentecostal)의 개신교회 신자로서 보수 성향이 강한 크리스천인 그는 NSW 자유당의 태두인 존 하워드 전 총리의 정치 철학을 계승하고 있다. 하워드에 이어 토니 애봇, 말콤 턴불, 모리슨 모두 시드니 출신의 백인 남성 정치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일각에서 ‘시드니 자유당 버블(Sydney Liberal bubble)’로 부른다. 

하워드 전 총리 시절 자유당의 주요 세력은 존 하워드(NSW), 피터 코스텔로 재무(빅토리아), 알렉산더 다우너 외교(남호주)의 3파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피터 더튼 내무장관(퀸즐랜드, 강경 보수 성향)과 줄리 비숍 전 외교장관(서호주 출신, 온건파) 등이 자유당내 중진급이지만 사실상 NSW 자유당이 독주하고 있다. 바로 그 배경이 당의 원로인 하워드 전 총리(79)다.

자유당과 달리 노동당은 한 개 지역이 전국을 좌우하지 못한다. 킴 비즐리 야당대표(서호주), 케빈 러드 전 총리(퀸즐랜드), 줄리아 길러드(빅토리아) 전 총리에 이어 빌 쇼튼(빅토리아) 야당대표로 리더십의 맥이 이어지고 있다. 

‘시드니의 자유당 버블’은 영향력이 큰 교회와 미디어 세력의 지지를 받으며 사실상 호주 자유당을 리드하고 있다. NSW 자유당 내 가톨릭과 복음주의적 우파(Catholic and an Evangelical right)인 이들은 앤소니 피셔 시드니 가톨릭 대주교와 조지 펠 추기경, 호주 성공회교회 중 가장 보수적인 시드니 성공회 교회(Sydney Anglicanism) 지도자들(성공회 전 시드니 대주교였던 필립 젠슨, 피터 젠슨 형제 등)의 지지를 받는다. 이들은 모두 여성 사제 서품이나 목회자 임명에 반대한다. 

또 유명 방송인 알란 존스와 레이 헤들리(2GB)도 자유당 보수파를 적극 지지하는 막강 세력이다. ‘라디오 킹’으로 불리는 이들은 자유당 내 온건파였던 말콤 턴불 전 총리를 줄곧 공격했지만 모리슨 총리는 자주 방송에 출연해 호의적인 대우를 받는다. 자유당 강경 보수파의 리더인 피터 더튼 내무장관과 토니 애봇 전 총리는 단골 대담 초청자들이다. 
 
전통적 가치관을 중시하는 이들의 사회관은 호주 전체로 볼 때 상당히 보수적이다. 동성결혼 합법화, 호주 공화국 체제 변경에도 강력 반대 입장이다. 때론 편협하다는 비난을 받는다. 빅토리아와 남호주, ACT 교회들의 시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전체 호주 커뮤니티와 공유하는 점이 많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같은 모리슨 총리의 ‘좁은 세계관(narrow view of the world)'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에 경제 및 국경 관리, 보건과 교육 복지 정책 외 강경 보수 성향의 기독교적 가치관/세계관이 추가된 셈이다. 2019 연방 총선은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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